두산그룹 ‘주주 달래기’에도 시장 반응 ‘냉담’…“3주 주겠다는 걸 결국 4주 준다는 것”

2024-10-23     김미희 기자

[더퍼블릭=김미희 기자]두산그룹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 구조 재편안을 다시 발표한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기존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을 수 있게 합병 비율을 재산정했다.

두산그룹은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사업 재편안을 다시 추진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기존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을 수 있게 합병 비율도 재산정했다.

두산 3사가 이번에 공개한 새 합병 비율은 기존보다 소액 주주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기존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게 되는 구조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 법인의 합병 비율은 1대 0.043으로 변경됐다. 이는 기존 합병 비율 1대 0.031에서 상향 조정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가 받을 수 있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은 기존 3.1주에서 4.3주로 늘어난다.

또 분할합병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도 기존 75.3주에서 88.5주로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가졌다면 보유 주식 가치는 지난 7월 이사회 당시 종가 기준 비교 시 기존 안보다 약 39만원 증가한 셈이라고 두산은 설명했다.

다만, 이들 경영진이 공개한 사업구조 재편안은 기본적으로 두산그룹이 지난 7월 발표한 재편안과 비슷하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 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 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식이다. 구조적으로 본다면 두산밥캣의 모회사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로 전환되는 셈이다.

하지만 결국 알짜 기업을 적자기업에 넣는다는 기본안은 같은 것이다. 이에 두산그룹 나름의 ‘주주 달래기’에도 일반주주들 사이에선 여전히 냉담한 반응이 나온다.

의결권 플랫폼 ‘액트’ 윤태준 기업지배연구소장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갖고 있으면 기존에는 두산로보틱스 3주를 준다고 했던 걸 4주로 늘려준다는 것”이라며 “주주들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시장의 시선은 다시 이복현 금감원장에게로 향하고 있다. 지난 8월 이 원장은 “정정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두산그룹이 사업구조 개편을 재시도하면서 금융당국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당시 사용하라며 예시로 든 가치평가 방법론을 배제한 것으로 나타나 금융감독원의 반응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