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밸류업 지수’…증권가 “유동성 유입 기대, 기관에는 부담”
[더퍼블릭=장미란 기자]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국내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 내놓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대해 증권가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밸류업 지수와 이와 관련한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로 유동성 유입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과 함께 저평가를 선호하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과 선정 기준을 발표했다.
밸류업 지수에는 코스피 67곳, 코스닥 33곳 등 100개 종목이 편입됐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위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셀트리온, 신한지주가 포함됐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 종목 선정에 대해 “배당성향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많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밸류에이션이 높더라도 주주환원과 수익성이 좋다면 밸류업 방향성에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는 개별 종목 투자에 있어서도 선호되는 기준이므로 밸류업 지수 도입과 관련 상품 출시 시 유동성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아쉬운 점은 기존 고배당 기업들의 편입이 없었다는 점인데,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므로 계속해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편입 종목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수급 수혜보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지수 편입 종목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며 “향후 지수 상품화 및 후속 지수 개발 등의 지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수 편출입 이벤트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관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투자 접근성 측면에서는 11월 초 관련 ETF 출시 및 상장 예정”이라며 “밸류업 계획 공시가 지수의 최우선적 편입 요건이기 때문에 향후 기업들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위주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벤치마크로 추종하는 국내 기관들이 있을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고평가 종목을 매수하는 근거는 미국처럼 해당 국가와 시장의 중장기 성장성 담보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지수 종목군의 최근 전년 대비 상승률은 코스피200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기존에 저평가 종목을 선호하는 기관 입장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에 대해 시장에서 기대하던 주주환원, 저평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요소와 지수 구성 로직이 다소 다른 부분이 있어 단기적으로 배당주, 가치주, 정책 수혜주의 실망 매물이 나타날 수 있고, 지수 편입 여부에 따라 주가 방향이 크게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지수만으로 정책 전부를 평가할 수는 없겠으나, 특히 밸류업 정책에 대해 연초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높았고 금융, 자동차, 지주, 유틸리티 등의 업종을 매수했는데 이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판단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