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 무너진 아시아 증시…코스피·닛케이 ‘역대 최대 낙폭’
코스피·코스닥 ‘서킷브레이커’ 발동…일본·중국·홍콩증시 하락세 지속
[더퍼블릭=장미란 기자]미국발 ‘R의 공포’(경기침체 공포)가 5일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를 휩쓸며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을 맞았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8% 넘게 폭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11% 하락하는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국내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홍콩증시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10월 24일(-10.57%)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8.05포인트(11.3%) 내린 691.28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고용·제조업 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경기 침체 공포가 국내 증시를 강타한 것.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7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6.8로, 시장 예상치(48.8)를 크게 밑돌았다.
7월 실업률은 전월(4.1%)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4.3%로, 시장 예상치(4.1%)를 웃돌며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노동 시장과 제조업 업황 둔화를 시사하는 경제 지표는 시장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고, 투자심리는 얼어붙었다.
코스피는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로 직전 거래일이었던 지난 2일 3% 넘게 급락하며 27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이날은 2400선마저 내줬다. 코스피는 이날 282.23포인트(10.81%) 내린 2386.96으로 저점을 찍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동시에 8% 넘게 폭락하자 한국거래소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 두 시장의 거래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국내 증시에서 서킨브레이커 발동은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시(사이드카)도 2020년 3월 23일 이후 4년 4개월여 만에 발동됐다.
아시아 증시도 충격에 빠졌다. 이날 일본 증시에서 니케이225지수는 전장 대비 4451.28(12.40%) 하락한 31458.42에 장을 마감,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를 뛰어넘어 사상 최대 낙폭을 경신했다. 지수는 장 중 한때 31156.12까지 밀리기도 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 모두가 매도로 움직인 탓이다.
중국 본토 증시에서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장 대비 44.64(-1.54%) 내린 2860.70으로 장을 마감했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도 41.07(1.21%) 하락한 3343.32로 거래를 마쳤다.
대만 가권 지수는 전장 대비 1807.21(8.35%) 내린 19830.88로 마감했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홍콩 항셍지수(-1.64%),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1.80%)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하락의 원인은 다양하다”며 “미국 실업률 상승에 따른 고용 침체 우려, 엔비디아 등 빅테크 부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따른 엔 캐리 청산 리스크, 일본, 호주 등 아시아 증시 급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현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 또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기처럼 시대의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악재에 직면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시기처럼 극단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불안심리가 투매를 촉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이런 흐름에서는 언제든 문제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지수도 느리지만 반등세를 보일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투매와 반대매매가 종료된 이후 저가 매수를 목적으로 하는 자금에 의해 지수 낙폭이 축소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