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저출산에 지자체, 아동수당 등 ‘현금성 지원’ 강화‥재정정책 확대 vs 일‧가정 ‘양립’ 문제부터
[더퍼블릭=김미희 기자]우리나라가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각종 세제지원 혜택과 재정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각 지자체별로도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각종 수당 등 현금성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비 부담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현금 지원 효과도 크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효과가 미미하고, ‘일·가정 양립’이 빠진 현금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주장도 있다.
2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아동 한 명에게 만 7세까지 주는 현금성 지원은 첫 만남 이용권 200만원(첫째 기준), 부모급여 2년간 1800만원, 아동수당 960만원(월 10만원) 등 최소 2960만원이다.
여기에 어린이집·유치원 보육료 지원 등을 더하면 약 3500만~5000만원쯤 된다. 여기에 초·중·고 교육비, 지자체 추가 지원금까지 포함해 ‘만 18세까지 1억원 이상 지원’을 약속한 인천 등 지자체도 있다.
이에 지난 10년간 자녀·출산 관련 현금성 지원으로 62만명 안팎의 출생아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같은 기간 조세제도상 소득세로 인해 감소했을 자녀 수는 대략 8만3천명으로 추정됐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조세정책보다 재정정책이 출산율 제고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정정책은 조세와 정부지출의 수준 및 배분을 조작함으로써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부가 사용하는 조치들을 말한다.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8회 납세자의 날 기념 심포지엄’에서 권성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세수추계팀장은 이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연구는 2022년 기준 35∼50세 사이 여성 인구를 기반으로 세금과 재정지원으로 인한 출산 효과를 추정한 것이다.
먼저 세금 측면에서 누적 소득세로 인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평균적으로 전체 가구에서 8만3천100명, 자녀가 있는 가구에서 7만3천800명이 줄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분석 기간 출생아 합계인 약 393만2천명을 고려하면 소득세가 ‘제로’(0)인 상황과 비교했을 때 출생아 수의 2%가량이 감소한 효과가 난 것으로 해석됐다.
같은 기간 가구에 지급된 자녀나 출산 관련 지원금 누적액으로 62만명 내외의 자녀 수가 증가한 것으로 계산됐다. 분석 기간 태어난 아기의 16%에 달한다.
연구는 “재정정책의 영향 결과에 편의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지만 조세정책보다 재정정책이 출산율 제고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세제지원의 경우 부담하는 세액이 적다면 혜택이 없거나 수준이 낮을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특히 소득세의 경우 우리나라는 실효세율이 낮고 면세자 비율이 높아 소득세 부담을 낮추는 정책에 한계가 있다.
권 팀장은 “조세정책은 근본적으로 세수입 확보라는 본연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 조세 제도를 통한 적극적인 저출산 대응은 한계를 가진다”고 했다.
반면 일과 가정의 양립 없이 현금성 지원만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강식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은 지난해 10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동서문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제32회 인구포럼에서 “자녀 출산과 양육은 어머니의 시간이 많이 투입되는 시간 집약적 활동인데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임금이 상승하면서 양육에 대한 기회비용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화를 염두에 뒀을 때 현금 지원이 저출생 대책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며 “정책 설계 시 직접적인 현금 지원보다 여성의 시간 비용을 줄여주는 정책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