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이재명, ‘위증교사’스케일 키워 재판지연?...김진성 측 배승희 변호사, 李발언에 '돌직구'
김진성 측 변호사 “이재명, 사건과 관련없는 2002년사건‧백현동 언급" 김진성 측 변호사 “李, 2002년 얘기=그때 사람들 불러, 재판지연 하려는 행위”
[더퍼블릭=최얼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2일 열린 위증교사 혐의 사건 첫 재판에서 "검찰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만 따 공소장에 넣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위증혐의자 김진성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배승희 변호사의 재판상황 설명을 들어보면, 이 대표의 주장과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날 공개된 녹취록 내용들도 이재명 대표의 주장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 대표는 본인의 혐의에 대해 “위증을 요청한게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녹취록에서 김 씨에게 "그런 기억을 좀 되살려서 당시의 뉘앙스를, 시장님을 모시고 있던 입장에서 전체적으로 한 번 이야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라는 식의 얘기를 한 것이 나타났다. 검찰을 비판하는 이 대표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거다.
심지어 재판에서 김진성 씨의 변호를 맡았던 배승희 변호사는 이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백현동‧2002년 사건을 열거한 부분을 문제삼기도 했다. 위증교사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건을 열거함으로써, 이 대표가 2002년 사건의 연관인들 까지 증인신청을 통해 재판지연을 시도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재명 “김진성에게 기억나는 대로 얘기하라 해...檢 피고인에 불리한 내용만 적시”
이날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16분 동안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열변했다.
이 대표는 "녹취록을 보면 제가 김진성 씨에게 '기억나는 대로 얘기하라, 있는 대로 얘기하라, 기억을 되살려봐라, 안 본 것을 본 것처럼 하면 안 된다'라는 취지의 말을 12번인가 반복한다"며 "검찰은 이처럼 피고인에게 유리한 내용은 공소장에서 빼 왜곡했다"고 말했다.
본인이 '실제 기억대로 증언해달라'고 요청하는 대화 내용을 검찰이 의도적으로 공소장에 적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이 대표는 "김씨가 과거 김 전 시장을 대리해 저를 고소한 일로 제가 구속됐었고, 저로 인해 김병량 시장이 낙선하고 김씨도 그와 무관치 않게 구속돼 처벌 받았다"며 "김씨와 저는 일종의 애증 관계이자 위험한 관계로, 거짓말을 해달라고 요구할 관계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반면 이 대표의 요구에 따라 위증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씨 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측에서 '김씨가 허위 증언을 하지 않았다'는 무죄 취지 주장을 대신 해주고 있는데, 더는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씨는 아직 성남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피고인과 마주해 재판받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한다"며 "재판받는 동안 이재명 피고인의 퇴정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이 대표는 위증교사 부분을 부인하고 있지만, 김 씨는 위증혐의를 인정하는 양상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이재명, 녹취록서 “그런 얘기 들었다고 하면 되지 뭐”...위증자도 위증혐의 ‘인정’
그럼 이 대목에서 녹취록 내용을 한 번 짚어보자. 이날 공개된 녹취록에서는 이 대표가 김씨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 라며 등 유리한 증언을 여러 차례 부탁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전화 통화가 이뤄진 시기는 2018년 12월로,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검사 사칭 누명을 썼다"는 허위 발언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던 시기다.
이 대표는 해당 파일에서 "검찰도, 시청도, KBS도 전부 다 이해관계가 일치되어 나에게 덮어씌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에게 "그런 기억을 좀 되살려서 당시의 뉘앙스를, 시장님을 모시고 있던 입장에서 전체적으로 한 번 이야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증언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 씨는 당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 씨는 "어떤 취지로 저기(진술)해야하는지를 한 번…"이라고 답했고, 이 대표는 "변론 요지서와 재판에서 한 주장을 다 보내드리겠다"며 ‘텔레그램’을 통해 자료를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그 다음 통화에서 "KBS와 김병량 시장 측이 많이 상의를 했고, 가능하면 교감이 있었다고 이야기해주면 가장 좋다"고 구체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김 씨가 "그 때는 선거 운동으로 나와있던 시기라 애매하다"고 말하자, 이 대표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 라며 재차 부탁했다.
검찰은 이 녹취를 근거로, 이 대표가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김 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것이란 입장이며, 김진성 씨 또한 앞선 검찰 수사과정과 오늘 재판에서 모두 위증 혐의를 인정한 상황.
이재명, 위증교사 재판서 ‘백현동‧2002년 사건’열거...배승희 변호사 “또 다른 재판지연 아냐” 의구심
당시 김 씨의 변호를 맡았던 배승희 변호사의 설명도 주목할 부분이 있다. 배 변호사는 23일 유튜브 채널 따따부따를 통해 당시 재판상황에 대해 상세히 전했다.
배 변호사의 주장의 핵심은 ▲이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과 상관없는 백현동 사건을 열거하고 있다는 점 ▲위증교사 사건이 일어나기 한참 전인 2002년 ‘검사사칭’의혹부터 사건을 열거하고 있다는 점 등을 토대로 재판 지연을 시도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취지의 주장이다.
먼저 배 변호사는 피고인 김 씨가 이 대표를 상대로 진술을 제대로 하기 힘들 것 같아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퇴정요구’를 재판부에 요청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배 변호사는 “면전에서 진술 할 수 없을 것 같아 퇴적명령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라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에 대해 설명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재판 과정에서 녹취의 일부 대목을 근거로, 이 대표의 백현동 배임 의혹에 관한 진실공방을 펼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 대표는 김씨 간 첫 통화에서 "인섭이 형님은 잘 지내냐"고 물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로비스트 김인섭씨다. 이에대해 김 씨는 "들으신 이야기 없냐"며 "식품연구원 부지 개발사업 관련 문제가 있어 소송 중이다"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성남시장 이재명이 김인섭의 백현동 개발사업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라며 "검찰이 백현동 배임 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일부러 빼고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를두고 검찰은 "이재명이 개발사업을 아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하고, 이재명도 민사소송에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며 "이 녹취도 백현동 사건의 증거로 제출됐다"고 반박한 상황.
배 변호사는 이를두고 이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과 상관없는 백현동 얘기를 계속 꺼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 변호사는 “(그래서 법정에서)‘피고인 이재명 씨, 자꾸 김진성씨가 위증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는 그 주장을 배척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배 변호사는 이 대표가 재판지연을 시도하고 있는게 아니냐고 의구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배 변호사는 “피고인 이재명이 2002년 재판부터 얘기하고 있다. 2002년 재판 얘기하는 건 분명 그때 사람들 다시 불러다 놓고 할려는 재판지연 행위”라고 비판했다.
배 변호사는 또 이 대표가 2002년 사건을 언급한 것에 대해 “김진성 피고인이 자꾸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이재명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허위사실을 마치 있는 것처럼 얘기한다. KBS PD와 김병량 시장 사이에 애초에 합의가 없었다 없는 사실을 있다고 자꾸 물어보니까, 김진성은 모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재명은 계속 기억해보라고 끊임없이 애기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이 대표가 김 씨와의 통화를 통해 위증을 교사했고, 사건이 불거진 2018년과 동떨어진 2002년 얘기는 꺼내는 것이 적절치 않으며, 이 대표의 이같은 주장은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시도로 비춰진다는 취지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