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尹대통령, 강서구청 패배 후 연일 ‘소통강화메시지’...‘김한길 역할론’이 주목되는 까닭
[더퍼블릭=최얼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연일 자성의 메시지와 함께, 소통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저보고 소통이 부족하다 지적하는 분들이 많아 많이 반성한다”라고 고개 숙였고, 참모들에겐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 살아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들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참모들에게도 ‘용산 프리미엄을 생각하지 말라’,‘전략공천은 없을 것’라는 메시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보궐선거 패배후 여당 지도부를 비롯, 주요 부처 장관들과 대통령실 참모들까지 총 동원해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자리 까지 참석하는 행보까지 보였다.
이에 여권안팎에서는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인 ‘김한길 역할론’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과거 진보진영에 몸담았던 김 위원장은 중도·실용정치노선을 걸어온 바 있어, 국민통합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게 사실이다.
그간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 1위는 줄곧 ‘소통부족’이 꼽혀왔다. 이에 ‘소통+실천강화’,‘자성의 목소리’,‘전략공천 배제’,‘김한길 역할론’과 같은 소식들은 윤 대통령이 ‘국민눈높이’와 ‘소통강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요소들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윤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내비친 메시지들과 그 배경들에 대해 간략히 짚어봤다.
尹 “소통부족 지적에 반성”…참모들에겐 “민생 현장 파고들어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라”지시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저보고 소통이 부족하다 지적하는 분들이 많아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 한다. 소통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추진’하면서 소통해야 한다”고 힘써 말했다.
이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이념’을 강조해왔던 기존 메시지 노선에서 변화해 ‘민생’을 거듭 강조하면서 국정 과제 이행의 필수 요소로 강력한 ‘추진력’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충북대에서 열린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연구개발(R&D) 예산 감축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이런 것을 추진한다고 혹시 선거에 손해를 보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며 “선거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소통을 하며 계속 주판알을 두드리면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며 “속도감 있게 나아가며 관련 분야에 있는 분들과 소통을 해야 가장 국민에게 유리한 방안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활한 실천을 위해 관련분야 종사자 및 관계자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선거 참패를 계기로 ‘낮은 자세’로 국정 기조에 변화를 주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면서도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강력한 추진력을 여권과 내각에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선거패배를 ‘쓴소리’로 발판삼아 소통과 실천에 더 힘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국민들의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 살아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라”고 지시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김은혜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나부터 어려운 국민들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고도 말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주부와 청년, 어르신 같은 정책 수요자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보선 참패 후 진짜 민심이 무엇인지 듣기 위한 윤 대통령의 달라진 행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보선 참패 후 진짜 민심이 무엇인지 듣기 위한 윤 대통령의 달라진 행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與위기론’‧‘尹소통강화’얘기 나오자...‘김한길 역할론’ 솔솔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소통강화 행보’에 국민통합위원회(이하 통합위) 역할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윤 대통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후인 지난 17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통합위) 만찬을 진행하기도 했다.
통합위 만찬에는 여당 지도부를 비롯, 주요 부처 장관들과 대통령실 참모들까지 참석했다. 이 당시가 강서구청장 패배 직후였던점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이 통합위를 토대로 ‘소통강화 행보’를 추친해 나가려는 것으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보궐선거 패배로 위기론이 확산되는 여권에서는 ‘김한길 역할론’이 계속 나오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과거 진보정권에 몸담았던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했고 민주당 대표도 지내는 등 정책과 정무에 두루 능한 정치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통합위 1주년 성과 보고회에서도 “전 부처가 통합위 자료들을 정책에 반영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역 통합론에서 나아가 계층 통합론에 주목한 김 위원장 제언을 대통령이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 참여를 준비할 때 김 위원장의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수도권을 기반으로 중도·실용을 표방한 정치 노선을 걸어왔다”며 “이런 점들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극복해야 할 윤 대통령으로선 김 위원장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이 여권의 비대위원장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기현 2기’가 난항할 경우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도 자신을 향한 ‘역할론’을 의식한 듯 지난 17일 통합위 회의에서 “나의 거취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어디 안 간다. 동요하지 말고 통합위 본연의 업무를 열심히 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현 여권에 대한 현상 타파에 나설지가 관건”이라며 “’정치적 이주자’ 격인 김 위원장이 여권의 변화를 주도할 정도로 안착했는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총선 앞두고 고개숙이는 尹대통령...참모 총선준비 움직임에 “용산 프리미엄 생각하지 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소통강화’ 메세지나, ‘김한길 역할론’이 나오는 것은 여권과 대통령실이 내년 4.10총선 준비체재에 돌입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다수언론보도에 따르면, 여권에서는 내년 4.10일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을 떠나는 참모진이 20~30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타난다고 한다. 국회 국정감사 종료시점 전후에 출마 의사가 있는 수석·비서관·행정관 등 참모진들은 용산을 떠나 총선 레이스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다.
대표적으로 충북 청주 출신인 서승우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은 20일 명예 퇴직할 것으로 알려지며,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고향인 내수읍으로 내려와 국민의힘 소속으로 청주 청원 선거구 출마를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충남 홍성·예산)과 주진우 법률비서관(부산 수영),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경북 구미), 전희경 정무1비서관(경기 의정부) 등도 출마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대통령 철학을 함께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이들이 당선된다면 3년차를 맞이하는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이 탄력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입장에서도 이들의 출마가 총선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인재풀 다양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의 낙하산 인사나 공천 개입이 우려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타난다고 한다.
이에 이를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떠나는 참모진에 ‘용산 프리미엄을 생각하지 말라’,‘전략공천은 없을 것’는 취지의 메시지를 못박은 것으로 알려지는 상황. 여권의 한 관계자는 “당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대통령실 참모진이 (총선에) 합류하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출마를 준비 중인 참모진들에게 경선을 통해 당당히 나서라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