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반란은 멈췄지만...푸틴 리더십 치명상 “가장 심각한 위기”
[더퍼블릭=이현정 기자] 러시아의 용병그룹 바그너의 초유의 무장반란은 20시간 만에 중단하기로 하면서 최악의 내전은 피했지만 외신은 이를 두고 “푸틴의 갑옷이 뚫렸다”고 평가하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리더십은 치명상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것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또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불만이 러시아 정권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이 그런 거래를 했다는 것은 푸틴이 러시아 영토에 대한 독점적인 무력 통제권을 지니지 못했음을 보여준다”며 “푸틴의 권력 장악력이 역대로 가장 약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는 프리고진이 23일 러시아 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자신의 전투원 2000여명이 사망했다면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러시아가 반란 선동 혐의로 프리고진을 조사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프리고진은 병력을 끌고 거침없이 모스크바로 향했는데, 이 점에서도 푸틴 체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프리고진의 용병들이 가는 길에 러시아인들이 환영하며 손뼉을 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푸틴 정권의 민심도 떠났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프리고진의 반란으로 유혈 사태가 나타나기 직전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중재로 프리고진은 철군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루카셴코가 바그너를 막아 줬다는 시선은 푸틴에게 굴욕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반란 사태를 두고 주러시아 미국대사를 지낸 존 헌츠먼 주니어는 “푸틴이 ‘불패’를 위해 더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NYT에 전했는데, 러시아가 군 수뇌부를 숙청하며 시간을 벌어 반격을 준비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시작한 것이 스스로를 덫에 걸리게 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카고대학 콘스탄틴 소닌 러시아 정치학 교수는 “푸틴의 최대 오산은 세계, 자국군, 우크라이나에 대해 완전히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전쟁을 시작한 점”이라며 “전쟁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오산을 거듭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