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해외수주까지 물 건너가나?…‘위기’ 빠진 원전업계

[기자수첩]해외수주까지 물 건너가나?…‘위기’ 빠진 원전업계

  • 기자명 김수진
  • 입력 2018.08.01 17:46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퍼블릭=김수진 기자]국내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서 ‘해외 수주’만 믿고 있었던 국내 원전업계가 난관에 봉착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총사업비 150억 파운드(약 22조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에서 7개월 만에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당했다.


지난달 31일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영국의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권을 보유한) 도시바가 다른 업체와도 협상할 기회를 갖기 위해서 지난 25일 한전에 우섭협상대상자 지위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사실상 국내 원전업계의 동아줄이나 다름없었기에 업계의 시름은 더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국내 원전기술은 세계에서도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탑클래스를 자랑하고 있다. 물론, 국내는 정부 기조에 맞춰 ‘탈원전’으로 나아가겠지만 아직까지는 국내도 원전을 짓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지위 박탈은 한전과 업계 양측 누구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이었다.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일본 도시바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원전 개발사 누젠(NuGen)이 영국 북서부 무어사이드에 2025년까지 3.8GW 용량 원전 3기를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중국 등을 제치고 뉴젠 지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올해 상반기에 인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도시바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여기에 가장 큰 원인은 한국 정부와 한전, 그리고 영국 정부가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방식’에 대한 이견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UAE원전 수출의 경우 UAE 정부가 건설비를 전액 부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무어사이드 원전은 사업자가 수십조원의 건설비용을 모두 부담해서 완공한 뒤 30년간 영국 시장에서 전기를 팔아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는 것인데, 영국 정부가 이에 적정한 수준에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이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2016년 프랑스 EDF와 중국광핵그룹(CGN)이 건설하는 '힝클리포인트' 원전 사업에서 시장가격보다 15% 정도 높은 전기료 판매 수익을 보장해줬다가 여론의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는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에 대해서 최대한 국민들의 전기료 부담을 낮추는 방향만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번 계약이 틀어지고 난 뒤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국내 원전업계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 원전 정책을 밀고 나가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원전 산업은 사양산업이다. 그나마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해외원전 사업 수주인데, 이 마저도 시작부터 삐끗되고 있으니 불안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만약 정말 계약이 어그러진다면 원전 생태계는 말 그대로 고사할 수밖에 없다.
무어사이드 원전 말고 다른 나라 원전 수주를 딴다고 해도 원전사업은 특성상 몇 년 뒤에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그 사이에 우리나라 원전업계가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더퍼블릭 / 김수진 sjkim@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