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는 자들의 말

분노하는 자들의 말

  • 기자명 박연희 칼럼니스트
  • 입력 2016.12.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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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바르고, 고운 말’을 쓰라고 가르친다. 바른 언어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모든 국가와 사회에서 예외 없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렇게 가르치는 어른들도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요즘 많은 국민이 대통령의 탄핵을 부르짖으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이 와중에 참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또는 SNS 상에서 욕설을 비롯해서 저속하고 인격 모독적인 표현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소(牛) 여물통에 담으면 사람이 먹을 수 없게 된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훌륭한 주장도 저속한 말로 표현하면 가치가 떨어진다.



탄핵 정국과 관련하여 한 달여 지속된 평화적 촛불집회에 대해서 시민 의식이 빛난다는 평가를 한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력은 말로도 할 수 있다. 오히려 말로 하는 폭력이 더 큰 혼란과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는 속담처럼 기껏 잘 해 놓은 일도 몇 사람 때문에 망가지고, 말 한마디 때문에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말에 관한 속담과 격언, 말에 얽힌 경험담이나 교훈적인 사례들이 무수히 많은 것을 보면 사람들이 말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말이 어떠한 힘을 발휘하는지를 가시적인 결과로 증명하기 위한 흥미로운 실험들을 했다. 기억에 남은 실험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겠다.



두 개의 컵에 각각 같은 양의 물을 담고, 한 쪽 물에는 ‘사랑한다.’고 말하고, 다른 쪽 물에는 ‘미워한다.’는 말을 한 후에 물의 결정체를 관찰한 실험이 있었다. 실험결과는 아마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한 물은 인간의 몸에 좋은 육각 형태의 결정체로 변했고, ‘미워한다.’고 말한 쪽의 물은 결정체가 마치 암세포처럼 불균형하고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식물에게도 비슷한 실험을 했었다. 비슷한 성장을 하고 있는 식물을 동일한 조건에 놓아두고 한 쪽에는 긍정적인 말, 다른 쪽에는 부정적인 말을 지속적으로 했다.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말을 들었던 식물은 건강하게 자랐지만, 부정적인 말을 들었던 식물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흥미로운 실험이 또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엘마 게이츠가 사람들이 말할 때 나오는 침을 모아 침전물을 분석한 것이다. 평상시에 사람들의 침은 무색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의 침에서는 분홍색, 화를 내거나 욕을 할 때의 침에서는 갈색의 침전물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그 갈색 침전물을 실험용 쥐에게 투여하였더니 쥐가 곧 죽어버렸다고 한다. 게이츠 교수는 이 갈색 침전물을 ‘분노의 침전물’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처럼 우리의 말(言)이 물(水)이나 식물, 동물에게 영향을 준다면, 말로써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 간에게는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줄 것인가?



우리 사회는 나쁜 말이 넘쳐난다. 정치권에서의 막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례한 말, 영화나 드라마에서 튀어나오는 비속어, 사이버 공간에서의 천박한 댓글. 특히나 정치적 이슈나 정치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불의에 분노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은 불의하지 않아야 하고, 부당함을 꾸짖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처신이 온당해야 하지 않을까?



나쁜 말은 상대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결국은 본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욕설이나 부정적인 말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기억을 담당하는 뇌가 손상되고,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손상되어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한다. 자신이 하는 나쁜 말은 자기 귀에도 같이 들리게 된다. 즉 자기가 나쁜 말을 하면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분노가 많은 세상이다. 우리는 분노할 수 있다. 그러나 분노하더라도 최소한 상대의 인격을 모독하거나 무례한 말은 하지 말자. 당신의 분노가 비록 의로울지 몰라도 분노를 표현하는 당신의 말이 온당치 못하면, 그 말로 우리 모두가 분노한다.



글/ 박연희 칼럼니스트


사진제공/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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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박연희 칼럼니스트 jane95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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