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탐색, '도자기 박물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탐색, '도자기 박물관'

  • 기자명 김수진
  • 입력 2013.09.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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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수진 기자] 2013년 가을, 윤대녕의 일곱 번 째 소설집 『도자기 박물관』이 출간됐다.


지난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이십삼 년째, 그간 특유의 여로 형식과 시적인 문장을 통해 인간 존재의 거처를 집요하게 탐색해온 그의 신작 소설집에서 우리는 윤대녕 소설세계의 연속성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 그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깊이를 확보하며 새로운 소설세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발표된 총 일곱 편의 단편소설들은 그가 ‘작가의 말’에서 “고통에 대한 사유와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잦았던 것 같다”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살아가는 일의 고통스러움을 보여주는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윤대녕의 인물들은 그들이 품은 어떤 에너지 때문에 삶에서 헤맬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었다. 인물들이 느끼는 태생적인 결핍과 상실감이 그들을 일상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이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을 찾아 방황하도록 이끌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여로에서 만나는 여인들과 은어, 소, 별, 제비와 같은 상징들은 이 아프지만 아름다운 헤맴에 동반자와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조금은 특별한 사람들


그런데 이번 소설집의 인물들은 방황할 수 있는, 또 여로에 오를 수 있는 특유의 에너지를 잃고 황폐하고 척박한 고통 속에 깊이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가 병들었음을, 더불어 그 세계에 발을 디딘 인물들마저 함께 감염되었음을 보여주는 두 작품 「구제역들」과 「검역」에서 그러한 특징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타고난 감각으로 시대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해내던 윤대녕이 이제까지와는 달리 보다 직접적으로 현실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특별한 작품들이다.


또한 동요 <반달>의 가사를 차용하여 캄캄한 밤하늘과도 같은 삶을 헤맬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그려낸 「반달」은 윤대녕의 소설세계가 이전보다 정교하고 치밀해졌음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아들의 시선에 포착된 어머니라는 늙은 여인의 삶-젊은 시절 아들 자신의 헤맴-그리고 삶의 진실을 깨달은 지금’이 눈부신 상징들―밤하늘의 깨끗한 반달과 무수한 별, 별같이 튀어오르는 바다의 눈부신 새우들―과 함께 찬란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어느 봄날의 아름다운 편지 「상춘곡」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 소설집의 첫머리에 실린「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립니다」는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윤대녕이 사람의 마음을 표현해내고 어루만지는 데 탁월한 작가임을 알게 되는 한편, 고통에 빠진 존재를 구원하는 것은 다른 존재에게 가닿을 수 있다고 믿는 간절함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더불어 「대설주의보」의 마지막 장면, 폭설과 지난 세월을 헤치고 서로를 향해 나아가는 연인의 간절한 발걸음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통영-홍콩 간」을 통해 보다 내밀하고 간절해진 윤대녕의 소설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우리는 삶에, 그리고 타인에게 버림받은 존재의 내면에 자리한 상처가 어떻게 치유되는가에 대한 비밀을 엿보게 된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작가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커다란 위안으로 다가온다”고 했으나 우리 역시 윤대녕이 여전히 작가라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커다란 위안을 얻는 것은 마찬가지다.


출판사 : 문학동네
저자 : 윤대녕


더퍼블릭 / 김수진 sjkim@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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