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尹 도어스테핑, 말실수가 문제?…말실수보다 정치적 유산 돋보이는 ‘英 다우닝가 10번지’

[심층분석]尹 도어스테핑, 말실수가 문제?…말실수보다 정치적 유산 돋보이는 ‘英 다우닝가 10번지’

  • 기자명 최얼
  • 입력 2022.07.1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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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국내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을 방문해 조문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더퍼블릭 = 최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잠정 중단했던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하루만에 재개했다. 비록 취재진과 7~8m 떨어진 기자회견이지만, 대언론 소통 의지를 드러내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 민주당은 한결같이 윤 대통령의 말 실수와 함께 도어스테핑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전날에는 출근길 인터뷰를 중단했다고 비난했고, 재개를 결정한 이날엔 윤 대통령이 오락가락한다며 비판했다.

다만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사례를 비춰보면, 도어스테핑의 가치가 자질구레한 말실수보단 정치적 유산에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통한 ‘국민소통’을 강조한 만큼, 국민들에게 이 대목을 제대로 각인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도어스테핑 중단 선언했던 尹, 하루만에 원거리로 재개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12일 용산집무실에 출근하는 도중에 “코로나에 여러분이 확진이 됐다고 해서 가급적 재택 근무를 권고하고, 여러분과 청사에 있는 분들 안전을 지키려고 했는데 다들 나오신다”며 안부 인사를 건넸다.

이어 취재진이 ‘이 정도 거리에서 도어스테핑을 하시면 어떤가’라고 묻자, “뭐 물어볼 거 있으면 물어봐요. 한 개만 하고 들어갑시다”라고 답했다.

‘코로나 재유행에 따른 방역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엔 “어제 질병 책임처인 국가방역대응위원장이 (용산 청사로) 와서 회의를 했다”며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중대본 회의도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내일도 도어스테핑을 진행하는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이거야 하면 안 되나”며 “여러분 괜찮으면 며칠 있다가 여기 앞에다 (포토라인) 칩시다”라고 말했다. 

도어스테핑 정상화 의지를 윤 대통령이 직접 드러낸 것이다.

尹,도어스테핑 중단에...비판일삼는 野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 마련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전날(11일) 윤 대통령은 코로나 확진세를 억제하기위해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측은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중단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도어스테핑 중단이 지지율 하락을 막으려는 심산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불리하면 안 하고 유리한 일 있을 때만 하는 것은 원칙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이유는)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여러 실언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평가한 것 같은데, 정제된 방식을 고민하겠다고 하는 것이 솔직하지 코로나 때문이라고 하는 거면 중단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다음날 윤 대통령은 중단 하루만에 원거리형식의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추후 도어스테핑 재개의지도 내비쳤다. 이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관리하기 위해 도어스테핑을 일부러 피한다는 야권의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우 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계속 비판했다. 이번에는 윤 대통령의 결정이 오락가락한다는 비난이었다.

그는 “오락가락 안 하시면 소란이 덜할 텐데 이렇게 한다고 했다가 저렇게 한다고 했다가 한다. 언론과 소통을 강화하면서 정제된 언어를 쓰겠다는 방향은 잘 잡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의 말실수를 지적하는 성격이 짙어 보이는 대목이다.

英, 다우닝가 사례를 보면?…정치적 자산으로 거듭나야 할 '도어스테핑'

▲다우닝가 10번지를 극찬한 마가렛대처 전 영국수상(이미지- JTBC 방구석1열 방송화면 캡쳐)

 

다만, 영국의 다우닝가 10번지 사례를 본다면, 윤 대통령이 단행하는 도어스테핑은 말실수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영향보다 정치적인 유산으로 써의 내재적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하는 과정에서, 국민소통 취지로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도어스테핑을 약속했다.

당시 윤 대통령 측은 ‘국민소통’의 효용성을 강조하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 모델로 영국 다우닝가 10번지를 예시로 들은 바 있는데, 이곳은 영국총리들이 집무실 출‧퇴근 도중 기자과 만나 질의응답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자 정치인들의 논란이 빚어지는 장소다.

그 과정에서 말실수가 고스란히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하며, 파파라치들을 통한 각종 루머들이 제기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영국 보리스 전 총리가 방역수칙을 어기고 단행했던 ‘파티게이트 사건’이 이슈화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제기되는 자질구레한 사건보단, 정치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더 중요시하게 여기는 양상이다. 특히 마가렛 대처 전 영국수상은 다우닝가 10번지에 대해 “영국의 유산 중에서 가장 소중한 보배일 것”이라고 까지 표현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국민소통의장’이라는 이미지만 확고히 한다면, 도어스테핑은 ‘논란의장’이 아닌 ‘정치적자산’으로 거듭날 수 있어 보인다. 아울러, 야권에서도 일관된 비판이 아닌, 정치적 유산으로써 도어스테핑의 가치를 증대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더퍼블릭 / 최얼 기자 chldjf1212@thepublic.kr 

더퍼블릭 / 최얼 chldjf121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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