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 금호그룹, 마이너스의 손 박삼구 전 회장의 책임론 '솔솔'

악화일로 금호그룹, 마이너스의 손 박삼구 전 회장의 책임론 '솔솔'

  • 기자명 선다혜
  • 입력 2020.07.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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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먹구름…펴보지도 못한 ‘그룹 재건’의 꿈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을 매각해 그룹 재건에 나서려고 했던 금호그룹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라는 암초로 인해 위기에 놓였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산업이라는 큰 이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각가보다 많은 부채로 인해서 M&A(인수·합병)시작 단계부터 말 많고 탈 많았던 곳이다.

지난해 아시나항공의 매각이 결정됐을 당시 SK그룹을 비롯해 롯데그룹, 한화그룹 등 쟁쟁한 대기업들이 인수유력 후보자로 거론됐지만 이들 기업이 전부 고사하면서 본입찰 전부터 난항이 예상됐다. 다행스럽게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본입찰에 나서면서 불투명했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올해 초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바이러스인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감염증 공포로 몰아넣었고, 하늘길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앞날도 막혔다. 비행기 운행이 전면중단 되면서 항공사들은 실적이 바닥을 쳤다. 가뜩이나 부채가 많았던 아시아나항공은 부채가 더 커지게 됐다. 이에 인수자로 나섰던 HDC현대산업개발도 ‘인수 전면 재검토’ 등을 내세우면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HDC현산 입장에서는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채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아시아나항공을 선뜻 인수하기엔 부담스러운 것이다.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2500억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이는 바로 금호그룹이다. 그룹의 대들보였던 아시아나항공을 매물로 내놓은 것만으로도 타격이 컸는데, 코로나19 인해서 매각까지 불확실해지면서 매각 대금을 제대로 받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때는 재계 순위 10위권 안까지 진입하면서 탄탄대로를 달렸던 금호그룹이 현재는 재계순위 50위 밖으로 밀려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라는 동아줄만 부여잡고 있어야 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이에 <본지>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위기에 놓인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그룹에 대해서 살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금호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달아 인수하면서 한 때 재계 순위 7위를 기록하는 황금기를 맞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화려했던 과거는 일장춘몽이었다. 금호그룹은 재계 순위 7위라는 꿈같았던 기록은 약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밖에 유지하지 못했다. 재계에서는 금호그룹의 황금기가 이토록 빨리 지나간 이유가 박삼구 전 회장의 ‘무리한 인수’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삼구 전 회장은 금호그룹의 재건이라는 명목 하에 지난 2006년 적정가보다 높은 액수인 6조 4000억원에 대운건설을 인수했다. 이어 2008년 대한통운을 4조 1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대우건설의 기업가치가 뚝 떨어졌고, 인수 3년 만인 2009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재매각했다. 

이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역시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금호그룹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이 당시 박삼구 전 회장은 악화의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다가 이듬해 다시 복귀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짊어져야 했던 무게 

올해 1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280%로 전 분기(1387%)의 4.5배 늘었으며, 부채는 전 분기 12조 5951억원에서 13조 2041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이 2조 50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매물인 셈이다. 

사실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쟁쟁한 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을 꺼려했던 이유도 이 부채 때문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의 몸값 보다 큰 부채를 감당하다가 잘못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기업들 사이에서는 팽배했다. 이로인해 아시아나항공이 항공‧물류를 주업으로 삼는 매력적인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기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손사래를 쳤다. 

그렇다면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원인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금호그룹이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아시아나항공의 곳간을 열었다 것이 악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경영위기로 인해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매각하면서 그룹 전체는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로 인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후 경영악화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박 전 회장이 이듬해 다시 경영에 복귀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박 전 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금호산업 재인수였고, 이를 위해 7300억원을 동원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알짜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을 박 전 회장의 개인회사인 금호기업에 헐값에 팔아야 했다. 금호산업 재인수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든 아시아나항공은 결국, 박 전 회장이 그룹 재건을 외친지 약 10년 만에 금호의 품을 떠나는 사황에 놓이게 됐다. 결국 박 전 회장의 ‘그룹 재건’이라는 열망이 그룹의 해체라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온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호그룹이 대기업 계열사 반열에 끼어있을 수 있었던 건 아시아나항공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믿을 곳도, 기댈 곳도 아시아나항공 밖에 없었기 때문에 과도한 부담을 지게 만들었다. 그룹 내부에서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아시아나항공은 계속 곳간을 털어서 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고 결국 그러한 부담들이 쌓여서 금호를 떠나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절망적인일이지만,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상황이 더 나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고 덧붙였다. 

‘떠나는 마당’에 브랜드 사용료?

박 전 회장은 2010년 복귀하면서 그룹재건을 말했지만,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상황은 더 악화됐다. 그룹의 대들보였던 아시아나항공마저 그룹을 떠나게 되면서 금호그룹은 50위권 밖 중견기업으로 주저앉게 됐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금호그룹의 의존도가 얼마나 컸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부채비율 증가로 HDC현산의 인수에 먹구름이 드리운 지난 4월에도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과 브랜드 상표사용에 대한 계약을 맺으면서 논란을 빚었다. 특히 당시는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 악화로 인해서 직원의 50% 이상이 휴직에 돌입할 상황이 좋지 못했다. 또한 부채비율 역시 HDC현산과 계약을 맺었던 지난해 연말보다 더 증가하면서,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던 시기였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이 브랜드 사용 대가로 월별 연결매출 0.2% 수준인 120억원을 금호산업에게 지급한다는 안건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의결되면서 그 화살이 금호그룹에게 돌아갔다. 가뜩이나 1분기 실적이 지난해 4분기에 악화된 가운데, 월 1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려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기업에 대해서 예년과 같은 수준의 상표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심지어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블라인드 앱에서는 ‘무급휴직 3개월로 만든 자금으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퇴직금 주고, 브랜드 사용료 주고, 라임펀드 손실 난 것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만, 최근 HDC현산과 산업은행 사이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상표권에 대한 계약 내용이 변경됐다. 사용료 조건은 월별 연결매출액의 0.2%로 기존과 동일하지만, 계약기간이 내년 4월 30일에서 올해 12월 31일로 단축됐다. 효력발생일로부터 2개월이 지난 후부터 해지가 가능하지만, 1개월 전 서면통지를 하도록 했다. 즉, 가장 빠른 해지시점이 거래종결 후 3개월이 되는 날이다. 

져버린 ‘금호그룹’ 재건의 꿈 
 

 

재건의 꿈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져버렸다. 아시아나항공 마저 HDC현산에게 매각되면 그룹에 남는 계열사는 금호산업과 리조트, 금호고속 뿐이다. 원래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대금을 기반으로 그룹 정상화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이 마저도 확실하지 않게 됐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산업은행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1대 1로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동걸 회장은 ‘HDC현산이 인수를 확실히 결정해준다면 매각 조건을 완화해 줄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확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도, 또는 인수하지 않아도 문제인 셈이다. 

재계에서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진행한다면, 최초의 계약보다 파격적인 조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유력하게 보는 시나리오는 금호산업의 구주 지분 가격을 깎아서, HDC현산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금호산업 지분에 대한 차등감자를 실시함으로서 구주 가격을 아예 지급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금호그룹이 손해를 봐야하는 딜을 받을 리 없으나, 지금 산은은 금호산업 지분(44.99%)을 담보로 지주사인 금호고속에 1300억원을 빌려준 상황이다. 따라서 HDC현산이 인수 의지만 확실하게 보인다면,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불리한 딜이라고 해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결국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더라도 그 대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할 수도 있으며, 그룹 재건은커녕 정상화 역시도 힘들어질 수 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a40662@thepublic.kr 

<사진제공 연합뉴스>

더퍼블릭 / 선다혜 a4066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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