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사드 사업계획서 제출 파장…한·중 갈등 재연될까?

주한미군 사드 사업계획서 제출 파장…한·중 갈등 재연될까?

  • 기자명 조성준
  • 입력 2019.03.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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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경북 성주에 위치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운용 방안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것이 확인되면서 향후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시 배치를 명분으로 간신히 봉합한 한·중 간 사드 갈등이 언제든 다시 터져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북미 간 비핵화 대화 이탈을 막기 위해 주력했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신경 써야 할 또하나의 변수가 늘어난 셈이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지난달 21일 경북 성주 사드 기지 내 부지 70만㎡에 대한 운용 계획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주한미군이 자신들이 운용할 사드 기지에 대한 설계 방침을 구체적으로 담은 문건이 사업계획서다. 환경부는 이를 토대로 일반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착수한다. 임시배치이 상태의 사드체계를 정식배치로 전환하는 첫 단추가 사업계획서 제출이다.
 

문제는 통상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일반환경영향평가의 종료 뒤에는 문 대통령이 사드 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로 이한 여론이 악화되자 집권 4개월 만인 2017년 9월8일 대국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드 배치는 안보의 엄중함과 시급성을 감안한 임시 배치"라며 "최종 배치 여부는 보다 엄격한 일반환경영향평가 후 결정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한국과 중국 정부는 두 달 뒤 이른바 '10·31 합의'를 맺고 한중 간 사드 갈등을 봉합했다.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한중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차원이었다.
 

합의문에는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 등 이른바 '3불(不)' 조건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이런 합의를 토대로 극한으로 치닫던 한중 간 사드 갈등은 임시 봉합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그 후에도 "한국이 사드 배치에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시 주석은 또 2017년 12월14일 문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한국이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관리를 잘 해나가자" 등 얼마든지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렇듯 간신히 사드 갈등을 봉인한 이후 갑자기 진행된 주한미군의 사업계획서 제출로 봉인 해제의 위기를 맞았다는 점이 청와대의 고민 지점이다. 사드 체계의 정식 배치를 전제로 한 일반환경영향평가의 진행만으로도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주 급하게 중국을 방문, 양제츠(杨洁篪)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만난 것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한중 간 상황 공유 차원보다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설명을 위한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더 쏠린다.
 

주말에 이뤄진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정 실장이 수행을 하지 않은 이유도 불가피하게 본인이 직접 움직여야 하는 상황 속에서 찾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정 실장은 2017년 7월6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급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하자 문 대통령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수행 도중 급히 별도로 귀국한 사례가 있다.
 

다만 청와대는 민감한 상황 속에서의 외교안보 사안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어떤 논의를 했는지 내용은 물론, 정 실장의 중국행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있다. 
  

북미가 대화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상황 관리와 중재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청와대 입장은 물론, 북한의 대화 결심에도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꼬여가는 셈이다. 
 

미국이 어떤 의도에서 1년 7개월 이상 스스로 미뤄오던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선 2차 북미 정상회담(2월27~28일)에 앞서 사업계획서 제출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미회담 결렬 상황과는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쪽에 무게가 쏠린다. 회담 결렬 후 연일 대북 강경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영향론'을 제기하며 한 차례 취소했던 전례에 비춰봤을 때 이번에도 비슷한 배경이 담겨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을 자극해 북한을 설득하려는 일종의 간접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주한미군이 사드 체계의 정식배치 수순을 밟기로 한 것은 미중 간의 파워게임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사드 배치의 목적은 결국 북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게 아니라 중국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른 측면에서는 역설적으로 사드 배치 강행 의지를 통해서 한국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목적이 담겨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명분 축적도 함께 담긴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더퍼블릭 / 조성준 jsj@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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