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유럽 통신사 망 사용료 주장에 난처…SKB와 소송전 위기 직면

넷플릭스, 유럽 통신사 망 사용료 주장에 난처…SKB와 소송전 위기 직면

  • 기자명 최태우
  • 입력 2021.12.0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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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영국을 포함한 유럽 13개 주요 통신사가 미국의 대형 콘텐츠제공업체(CP)에 망 사용료를 내라고 촉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SK브로드밴드 측과 진행 중인 채무부존재확인 민사소송에서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오픈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 주장이 힘을 잃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 13개 통신업체 최고경영자(CEO)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은 네트워크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통신 부문의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네트워크 투자와 계획을 필요로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럽 13개 통신업체는 ▲도이치텔레콤 ▲보다폰 ▲브리티시텔레콤(BT) ▲텔레콤오스트리아 ▲텔레포티카 ▲오렌지 ▲KPN ▲비바콤 ▲프록시무스 ▲텔레노르 ▲알티체포르투갈 ▲텔리아컴퍼니 ▲스위스컴으로 유럽 주요국을 대표하는 통신사들이다.

이들은 해당 성명서를 통해 구체적인 기업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트래픽 부담을 키운 주요 콘텐츠 제공업체(CP)를 겨냥한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이들은 성명에서 “네트워크 트래픽 상당 부분이 빅테크 플랫폼에 의해 생성되고 있다”며 “유럽 시민들이 계속해서 이 같은 디지털 서비스를 누르게 하기 위해선 빅테크 플랫폼이 네트워크 비용에도 공정하게 기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트래픽이 증가하면 통신사(ISP)엔 망 증설, 유지비용 등이 증가한다. 데이터 이용량이 갑자기 커질 경우 데이터 병목현상이 발생해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때문에 지난해 유럽의 통신 부문 투자는 525억유로(약 70조7144억원)로 6년 만에 최고금액이 투입됐다.

지난 9월 영국 방송통신규제청(OFCOM)은 인터넷 환경의 변화에 비춰 망 중립성 규제에 대한 재검토와 망 사용료 부과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영국 BT의 마크 알레라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25년전 망중립성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4~5개 회사가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80%를 주도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어떤 CP를 막거나 소외시키려 하지 않지만 지금보다 더 효과적인 수요 조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유럽의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이용대가 계약을 규율하는 법제화 논의가 국회서 진행되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한국에 망 이용대가 지불 의사가 없다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분쟁 중인 넷플릭스는 망사용료 지불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정을 중단하고 SK브로드밴드와 채무부존재확인 민사소송으로 직행하며 국내 규제기관의 중재를 무시하는 태도를 내비쳤다.

이후 이어진 1심 판결에서 법원은 넷플릭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패소한 넷플릭스는 “전 세계 어느 법원이나 정부 기관도 CP로 하여금 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도록 강제한 예가 없다”며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인터넷 거버넌스 원칙에도 반한다”며 항소했다.

얼마 후 넷플릭스는 딘 가필드 정책총괄 부사장을 한국으로 급파했지만, 소송을 진행 중인 SK브로드밴드를 만나지는 않았다.

당시 딘 부사장은 “넷플릭스의 오픈커넥트 어플라이언스가 트래픽 부담을 줄여준다”는 주장만을 강조한 뒤 귀국했다.

아울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망 이용대가 부담 관련 법안을 발의하자, 토마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까지 방한해 망 사용료를 법으로 발의해 부과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면서 망 이용 대가를 부담할 경우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여론전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까지 법안이 시행되지 않았지만, 지난 18일 넷플릭스는 국내 신규 회원들을 대상으로 기존보다 최대 2500원 인상된 요금제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13개 유럽 통신사들의 성명으로 OCA를 통해 ISP들이 트래픽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은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유럽 주요 국가들의 통신사들 역시 SK브로드밴드와 동일하게 ‘공정한 망 사용료를 지불하라’는 의견을 표출한 만큼, 국제적으로 CP들의 망 사용료 분담을 위한 법안이 제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SKB와의 소송전에서 패소한 넷플릭스가 “전 세계 어느 법원이나 정부 기관도 CP로 하여금 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도록 강제한 예가 없다”고 주장한 항소 이유 역시 퇴색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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