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배상안 두고 ‘동상이몽’‥배상 vs 보상이 핵심 ‘키’

키코 배상안 두고 ‘동상이몽’‥배상 vs 보상이 핵심 ‘키’

  • 기자명 김미희
  • 입력 2021.01.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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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미희 기자]외환파생상품 키코 피해보상 논의가 지난해 말 급물살을 예고했으나 해가 바뀌면서 다시 지지부진한 분위기다.

피해 보상에 대해 배상이냐 보상이냐에 따라 사안이 달리지기 때문이다. 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서 사실상 배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다시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말 키코 분쟁 자율조정을 위한 은행협의체에서 한국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이 보상을 진행하기로 결정, 다른 은행들 또한 보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황은 점차 다르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키코 배상안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회장은 키코에 대해 “법률적으로 종결된 사안”이라며 이를 뒤집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것으로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반대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변동해 피해를 봤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이 키코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금융감독원은 윤석헌 원장 취임 후 키코 재조사를 추진한 바 있다.

▲ 금감원, 손실액 일부 배상 판결 결론냈지만 ‘글쎄’

이에 지난 2019년에 산은 등 6개 은행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피해기업에 손실액 일부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 분조위는 은행 6곳(신한·하나·대구·우리·씨티·산업은행)의 키코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피해기업 4곳에 대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147개 피해기업에 대해선 분조위의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자율조정을 의뢰했다.

이에 은행협의체는 이 자율조정 문제를 다루기 위해 6개 은행 외에 키코 상품을 판매했던 국민·농협·기업·SC제일·HSBC은행을 더해 총 11개 은행이 참여했다.

지난해 말에는 글로벌 대표은행 씨티은행과 국내 1위 은행 신한은행이 보상을 결정했으나 이는 한국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은 금감원의 배상 권고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분쟁조정을 신청한 4개 기업을 제외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키코 피해기업에 15~41%의 배상을 권고했으나 은행들은 분쟁조정 신청 기업 아닌 자율조정 대상 기업에 보상을 제안하고 나서면서 배상이냐 보상이냐의 문제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배상과 보상은 엄연히 다르다. 배상은 불법을 저지른 뒤 그에 대한 손해를 마땅히 물어주는 것의 개념이며 보상은 적법한 일이지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갚아야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 산은, 반대의사‥키코 문제 ‘오리무중’

여기에 산업은행이 공식적으로 배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점점 더 상황이 꼬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키코(KIKO)와 관련, 산은은 배상 어렵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분쟁조정위원회의 불완전판매라는 법리적 해석에 다툼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미 법률적으로 종결된 사안을 번복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는데 이 자체가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령 산업은행은 거래의 상대이자 피해기업이라고 주장하는 회사 일성하이스코는 2004∼2007년 4년간 키코 거래로 31억8천만원의 이익을 본 회사라고 설명했는데 이 회사의 경우 여러 은행과 거래하면서 연평균 8억원의 이익을 봤다.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14%, 2007년 42%이다.

이동걸 회장은 “제조업인지 금융회사인지 모를 정도로 많은 이익을 키코 거래 이익에 의존한 회사다. 이런 전문가 기업에 대해서 불완전 판매를 했다 하고 판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경우 파생상품으로 막대한 이익을 보고 마지막에 손해를 봤는데 산업은행의 경우 이러한 기업을 모두 판단해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 금감원의 분쟁조정결과를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지난해말 10여년 이상 지지부진하던 키코 피해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올해에도 기나긴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퍼블릭 / 김미희 free_00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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