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논란 일자 무배당 유지한 청호나이스…지난해 계열사 통해 ‘배당 잔치’ 꼼수?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논란 일자 무배당 유지한 청호나이스…지난해 계열사 통해 ‘배당 잔치’ 꼼수?

  • 기자명 최태우
  • 입력 2022.05.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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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휘동 회장, 지난해 배당금만 37억원…계열사 내부거래 최대 97%

국내 정수기 제조·유통 업체 청호나이스가 과도한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실적을 바탕으로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면서 사익편취 논란이 일고 있다.

청호나이스와 주요 계열사들은 개인회사라고 불릴 정도로 오너 일가의 지분이 높은데, 주력 회사인 청호나이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들이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오너 일가의 자금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계열사는 97%에 달하는 내부거래 비중을 통해 실적을 올리고 있어 내부거래 개선이 시급한 상황으로 보인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선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공시의무 대상 기업집단으로 사익편취 규제를 받게 되지만, 청호나이스그룹은 현재까지 5조원을 넘지 않아 해당 법안에 저촉되지 않는다.

다만 일부 계열사들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계열사간 정상거래가 대비 7% 이상 특혜성 거래가 있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별도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본지>는 청호나이스그룹의 최근 내부거래 비중과 오너 일가에 집중된 배당금 지급내역 등에 대해 짚어봤다.

청호나이스, 최대 실적에도 무배당 고수 왜?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주력 상품인 정수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4210억원, 영업이익은 44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5%, 4.9%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지난 2015년 중간배당 이후 중단됐던 배당정책이 다시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지난해 역시 무배당 기조를 이어가면서 6년연속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은 호실적을 기록한 연도에는 주주가치 제고 등을 명목으로 배당금을 인상하거나, 무배당 정책을 중단하고 배당금을 지급한다. 특히 최대 실적을 기록한 연도에는 평년보다 배당금 인상폭을 확대하는 모습도 흔히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에 돌아가는 배당금도 두둑해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배당금을 인상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청호나이스의 지분 구조는 정휘동 회장이 75%, 정 회장의 동생인 정휘철 부회장이 8.18%, 특수관계사 마이크로필터 12.99%, 기타 3.73%로, 사실상 오너일가가 소유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따라 배당금 지급과 인상 등에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 년째 배당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가 청호나이스에 대해 살펴본 결과, 정 회장은 매년 특수관계사를 통해 배당금을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해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특수관계사를 통해 막대한 금액의 배당 수익을 챙겼다.

먼저 엠씨엠은 정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정수기 및 냉장고용 피팅, 튜빙 등 소재부품을 개발, 생산하는 업체다.

엠씨엠은 지난해 매출 743억원, 영업이익 49억원, 당기순이익 57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순이익의 52.3%에 달하는 30억원을 배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회장의 개인회사인 만큼 배당금은 모두 정 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문제는 엠씨엠의 매출의 절반 이상이 모두 특수관계사들을 통해 발생한다는 점이다.
 

▲엠씨엠 지난해 매출, 특수관계자 거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금형대금 등으로 엠씨엠에 147억원을 지급했다. 엠씨엠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도 청호나이스에 대한 매출 및 매출채권 증가액이 16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0%가량을 청호나이스와의 거래를 통해 올린 것이다.

아울러 또 다른 특수관계사인 마이크로필터와 마이크로미디어, 청호나이스비나 등을 통해 각각 242억원, 31억원, 3억원의 매출증가액을 기록했다.

이처럼 특수관계사 통해 올린 지난해 매출액을 모두 합하면 440억원으로, 같은 기간 엠씨엠의 전체 매출액(743억원)의 60%에 달하는 금액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공시의무 대상 기업집단으로 사익편취 규제를 받게 된다.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일정 비율(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이며,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비율이 연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다만 청호나이스의 경우에는 공시의무 대상 기업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법안이 적용되지 않지만, 과도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또는 정상거래가 대비 7% 이상 특혜성 거래가 있을 경우 별도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특수관계사인 엠씨엠의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60%에 달한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감시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이스엔지니어링 지난해 매출과 특수관계자 거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과거 과도한 내부거래 의혹에도…나이스엔지니어링, 내부거래 비중 97%


청호나이스의 과도한 내부거래 의혹은 이 뿐만 아니다. 청호나이스의 계열사인 나이스엔지니어링에서도 연간 매출의 97% 이상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스엔지니어링은 정수기 A/S 기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킴에 따라 이들을 모아 2018년 설립한 정수기 서비스 회사다. 정수기 설치와 유지, 보수 및 콜센터 등을 운영한다.

지난해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18억원, 10억원이다. 문제는 업태상 청호나이스가 설치한 정수기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하다 보니 618억원의 매출 중 602억원을 청호나이스로부터 올렸다.

청호나이스의 지분 구조는 엠씨엠과 마이크로필터가 각각 40.5%, 청호나이스가 19%를 소유했다. 이들 회사 모두 정휘동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곳으로, 우대거래 여부만 확인된다면 공정위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청호나이스는 과거에도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및 사익편취 의혹이 제기됐었다.

청호나이스는 지난 2012년경 오너 일가가 대주주인 계열사 ‘씨이(CE)’와 ‘마이크로필터’에 일감을 몰아주고, 오너 일가는 이 회사들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챙겼다는 보도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나왔었다.

당시 씨이는 정수기 위탁판매, 임대, A/S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기업이었는데,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지분이 각각 80%, 20%로 오너 일가가 100% 소유한 회사였다.

2011년 당시 씨이는 매출 413억7484만원 중 406억3699만원을 청호나이스와 거래를 통해 올렸다. 즉, 98%에 달하는 매출이 청호나이스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것.

이런 가운데, 씨이는 전년(2010년)에도 주주들에게 배당금 3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각각 24억원, 6억원을 챙겼다.

이 때문에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청호나이스는 씨이를 흡수 합병해 논란을 종식시켰다.

당시 계열사인 마이크로필터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함께 논란이 일었지만, 비중을 크게 줄여나가는 방식을 택해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났다. 마이크로필터는 지난해 매출 1236억원 중 내부거래를 통해 78억원을 올리면서 10% 미만으로 줄인 상태다.

 

▲그래픽=신한나 기자

 

오너 일가, 대부업 통해 사익추구?...지난해 배당금 15억 지급

청호나이스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 의혹은 대부업까지 이어졌다. 정 회장의 개인회사로 볼 수 있는 대부업체의 자금을 청호나이스에서 동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올린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금까지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의 지분은 정 회장이 99.7%, 이석호 0.3%로 사실상 정 회장의 개인회사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오너의 개인회사 격인 동그라미대부에 정 회장의 개인자금과 주력기업의 자금을 동원해 대부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정 회장은 2015년까지 동그라미대부에 90억원을 빌려주고, 매년 6억원에 달하는 고금리 이자를 받았다. 이후 2016년부터는 개인대출을 모두 회수하고, 주력 기업인 청호나이스가 사업자금을 대주고 있다.

동그라미대부가 청호나이스로부터 빌린 차입금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345억원 (금리 연 4.6%)에 달한다. 같은 기간 동그라미대부가 대출해준 채권은 모두 641억원으로 전체 대출채권의 54%를 청호나이스가 빌려준 셈이다.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 지난해 실적=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는 현행 법령상 위법 행위는 아니지만, 이 같은 구조로 실적을 올린 동그라미대부가 배당을 진행하면서 사익편취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동그라미대부는 배당금을 지급했던 지난 2020년 91억원의 영업수익과 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019년에는 배당을 하지 않다가 지난해 15억45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당시 주당 배당금은 1500원, 배당성향은 83%로 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지난해 15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자금을 자신이 최대주주인 대부업체에 빌려주도록 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동그라미파이낸스대부 지난 2020년 실적에 따른 배당=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 같은 일이 가능한 이유는 오너 일가의 막대한 지분 보유량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호나이스와 주요 계열사들은 모두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100%에 가깝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처럼 청호나이스의 주요 계열사들이 막대한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어 사실상 오너의 현금 창구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이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음에도 별다른 개선점이 보이지 않아 당분간 사익편취 의혹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더퍼블릭 / 최태우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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