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규제 칼날도 피해가는 ‘될놈될’…신춘호 회장 일가 배불리기 ‘계속’

농심, 규제 칼날도 피해가는 ‘될놈될’…신춘호 회장 일가 배불리기 ‘계속’

  • 기자명 김다정
  • 입력 2020.07.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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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1일1깡 신드롬에 편승한 농심…무임승차하는 내부거래

지난해에는 영화 ‘기생충’이 대한민국을 뒤흔들더니 올해는 ‘1일 1깡’ 신드롬이 일면서 ‘깡 열풍’이 한창이다.


아무 연관이 없는 것 같은 두 이슈의 중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농심’이 있다. 농심은 이들 대형 신드롬 열풍에 절묘하게 올라타면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만든 라면에 소고기를 넣어먹는 장면이 기생충에 삽입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짜파구리’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치도 못하게 가수 비의 노래 ‘깡’이 역주행하기 시작하면서 새우깡에 이어 감자깡·양파깡·고구마깡 등 이른바 ‘깡 시리즈’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새우깡의 광고 모델로 비를 거론했고, 농심은 이에 화답하듯 비를 새우깡의 새 모델로 확정하면서 인기에 편승했다.


지금의 농심은 말 그대로 ‘될놈될’(될 사람은 된다)의 표본인 듯싶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농심 실적은 고공행진을 하면서도 정부 규제에서는 교묘히 빠져나가면서 주머니를 두둑하게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농심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이 유력해 사익편취 등의 부분에서 규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농심은 예전부터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해묵은 과제처럼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다행히도 공시대상 기업집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규제 우려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 이로 인해 오너 일가 배불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올해 ‘짜파구리’가 끌고 ‘새우깡’이 밀어주는 농심의 질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농심은 2분기에도 역대 실적을 예고했다.


지난 1분기 농심은 상당수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연결기준 각각 6877억원, 636억원을 기록하면서 어닝서프라즈를 달성했다.


이번 코로나19 수혜자로 꼽히는 농심은 2분기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농심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6487억원과 404억원으로 추정하면서 시장기대치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익이 매년 감소세를 보였던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2017년 964억원이었던 농심의 영업이익은 2018년 886억원, 지난해 788억원까지 줄어들었다. 매출도 2조원대 초반에 머무르는데 그쳤다.


그러나 올해에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매출·영업이익이 모두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농심 날자 따라 뛰는 계열사

농심이 ‘신드롬’을 등에 업고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계열사들도 덩달아 ‘수혜’를 받고 있다.

 
농심은 2003년 지주회사 ‘농심홀딩스’를 신설해 상장·비상장·해외법인 계열사 총 35개사를 산하에 두면서 내부거래에 의존해 실적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거래구조 하에 농심이 올 들어 그룹사로부터 원재료 등을 매입하는 데 들인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18.1% 늘어나면서 계열사들도 반사이익을 누린 것이다.

 
대표적으로 포장재회사인 율촌화학은 올해 1분기 농심을 상대로 전년 동기 대비 73억원 증가한 매출 486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8.6%’ 증가한 64억원이었다.


스프제조사인 태경농산도 농심의 라면매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올 1분기 농심 상대 매출 593억원을 올렸다. 영업환경 호조에 힘입어 태경농산은 올 1분기 전년 동기대비 32.4% 증가한 3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농심 오너일가, 지주사 장악…특수관계인 지분 ‘66.66%’

이처럼 잘 나가는 농심에 ‘무임승차’하는 계열사들 행태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계속해서 문제로 지적돼왔다.


대기업 사익편취행위(일감 몰아주기)는 대·중소기업간의 공정경쟁을 위협하는 심각한 경제문제로 지목된다. 대기업이 이해관계가 있는 특수관계인 등 총수 일가에 수의계약 형태로 일감을 몰아주면서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내부거래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데 ‘농심’도 대표적이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농심은 6개사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의심된다.

▲  농심홀딩스 지배구조 (그래픽=이정우 기자)


농심의 지배기업인 농심홀딩스는 신동원 농심 부회장 지분 42.92%를 비롯해 15명의 특수관계인들이 6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농심근로복지기금(1.44%), 율촌재단(2.01%) 등 3.45% 지분을 더하면 특수관계인 지배 지분은 총 66.66%에 달한다.


농심은 지난 2003년 지주회사 농심홀딩스를 신설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창업주 신춘호 회장의 장남 신동원 부회장을 농심홀딩스 대표에 올리면서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장남 신동원 농심 부회장, 차남 율촌화학 신동윤 부회장, 3남 메가마트 신동익 부회장을 중심으로 사실상 계열분리가 완료된 상태다.

돌고 돌아 농심홀딩스로…해묵은 ‘일감 몰아주기’ 이슈

일찌감치 2세 승계를 마무리한 농심홀딩스는 100% 자회사 또는 형제 회사인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해 내부거래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현재 농심홀딩스는 핵심 계열사인 농심 지분 32.72%, 율촌화학 지분 31.94%, 농심개발 지분 96.92%와 100% 자회사인 태경농산·농심엔지니어링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심→계열사·자회사→농심홀딩스’로 흘러들어오는 자금순환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 농심 기업지배구조도(그래픽=이정우 기자)

농심 오너일가가 장악한 율촌화학(특수관계인 지분 65.01%)은 지난해 농심과의 거래를 통해 186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총 매출의 38.6%에 달하는 수준이다.  

태경농산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농심 등에 스프를 납품하면서 총 매출 3485억원 가운데 56.7%(1974억원)를 내부거래로 올렸다. 2016년 68.8%에 달하던 내부거래 비중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식품 제조에 필요한 설비 등을 공급하는 농심엔지니어링도 적지 않은 내부거래를 하고 있다.

농심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농심으로부터 886억원, 전체 921억원의 내부거래를 행했다. 2019년 기준 전체 매출액 1484억원의 59.7%가 농심에서 나왔다. 

신춘호 회장의 3남이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메가마트의 경우 자체 내부 거래 매출액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SI업체인 엔디에스는 메가마트 53.97%에 더해 신동원 부회장 15.24%, 신동윤 부회장 11.75%, 신동익 부회장 14.29% 지분율로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146억원, 내부거래 매출액은 411억원(35.8%)다. 

메가마트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호텔농심도 지난해 매출액 446억원에 내부거래 매출액이 124억원(27.8%)로 요주의 대상이다.  

농심에 쌀가루 등을 공급하면서 신동익 부회장과 그의 자제인 신승열·신유정씨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농심미분도 지난해 총매출 가운데 36.4%를 농심을 통해 올렸고 이를 바탕으로 1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좋게 말해 ‘수직계열화’…알고 보면 오너일가 배불리기?

좋게 말하자면 농심이 원료부터 생산·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농심 측에서도 라면 포장지·원자재 등 신제품 보안을 위해서는 어쩔 수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계열사·자회사들의 농심 의존도를 바탕으로 오너 일가가 배당금을 두둑이 챙기고 있다는 점에서는 ‘사익편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농심홀딩스는 종속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배당금을 주 수익원으로 삼는다.

지난해에는 배당금으로만 18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농심으로부터 들어온 배당금이 80억원으로 가장 많고, 태경농산과 율촌화학도 각각 62억원, 40억원을 배당했다.  

그러면서 농심홀딩스는 신동원 농심 부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들에게 거액의 배당금을 챙겨주고 있다. ‘농심→내부거래→농심홀딩스→신춘호 회장 일가’로 돈이 돌고 있는 것이다. 

올해 농심홀딩스는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하면서 총 지분 63.2%을 보유한 신 부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들이 총 배당금의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 신 부회장은 39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1주당 4000원의 배당을 결정한 농심의 경우 지분 5.8%를 보유한 신춘호 농심 회장이 14억원,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1.6%)은 4억원을 수령했다. 

율촌화학은 1주당 500원, 총 124억원을 배당하면서 신 회장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각 17억원을 가져갔다.  

태경농산과 엔디에스가 지급한 배당금까지 더하면 지난해 오너일가의 배당금 총 수령액은 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특히 올해는 농심이 전성기를 맞아 상승세를 타고 있고 계역사들도 덩달아 수혜를 입으면서 오너가의 주머니는 더욱 두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농심 기업지배구조도(그래픽=이정우 기자)

자산규모 2조원대 오뚜기도 지배구조 개선 속도내는데

그동안 농심은 실적부진을 겪는 와중에도 주주친화정책에 근거한 ‘고배당’ 기조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내부거래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회사 측의 입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욱이 오너일가가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친화정책이라는 것을 결국 오너일가의 사리사욕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다.  

특히 라이벌인 ‘오뚜기’는 최근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해결하기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는데 반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농심의 행보는 비난의 소지가 있다.  

당초 농심그룹은 이미 지난해 자산총액 4조7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올해 5조원 이상을 기록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컸다.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공시의무 대상 기업집단이 되며 사익편취 규제를 받게 된다. 총수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을 기준으로 상장사 30%, 비상장사 20%가 기준이다.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과의 차이가 7% 이상’이거나 ‘거래 총액이 50억원’, ‘상품·용역은 200억원 이상’, ‘거래상대방 평균매출액의 12% 이상’인 경우 사익편취 규제 적용대상이다. 

때문에 주축 계열사인 농심과 태경농산, 율촌화학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조건이 충족되기도 전에 일감 몰아주기 위험 기업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다행히도(?) 농심그룹은 지난해 말 자산총계가 약 4조7000억원으로, 자산규모 5조원을 턱걸이로 넘지 못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마터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발목이 잡힐 뻔한 농심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이어가는 농심과는 달리 ‘갓뚜기’라는 칭송을 받는 오뚜기는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산규모 2조원인 오뚜기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2017년부터 꾸준히 지배구조 문제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오뚜기도 농심과 마찬가지로 함영준 회장이 높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미식품, 오뚜기라면, 오뚜기제유, 오뚜기물류서비스 등 대부분 관계사가 전체 매출의 60~99%를 차지하는 내부거래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최근 들어서는 오뚜기가 이들 관계사의 지분을 취득해 종속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내부거래 부담을 줄여왔다.

아직 관계사로 남아있는 오뚜기라면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긴 하지만 최근 함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오뚜기에 매각하면서 리스크를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공시대상 기업지정을 코앞에 둔 농심이 계속된 일감 몰아주기 지적 속에도 ‘보안 유지’를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궤변에 불과하다”며 “그런 이유라면 어느 기업이 내부거래를 해소하려 하겠냐”고 반문했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92ddang@thepublic.kr 

더퍼블릭 / 김다정 92ddang@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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