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 투자자들에게 피소 당한 까닭

삼성자산운용, 투자자들에게 피소 당한 까닭

  • 기자명 김수영
  • 입력 2020.05.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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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공지 없는 롤오버로 손해”

▲ 국제유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로 20일 장중 한때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15달러 밑으로 내려 약 21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5월물 가격은 이날 오전(이하 한국시간) 약세를 이어가다 10시 9분께 배럴당 14.47달러까지 내렸다. 이는 1999년 3월 이후 20년 11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스크린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0.4.20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김수영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13일 상장지수펀드(ETF) 운용과 관련해 투자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삼성자산 측이 ETF구성종목을 사전 공지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해 손해를 야기했다는 입장이다.

삼성자산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들은 6월물 위주의 KODEX WTI원유선물(H) ETF 상품을 운용하던 삼성자산이 투자자들에게 공지 없이 7·8·9월물을 편입해 피해를 봤다며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22,690원에 거래되던 KODEX WTI 원유 ETF는 지난달 말 3,090원까지 주저앉았다. 3개월여 만에 80%이상 폭락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며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선박과 항공기가 운항을 중지하는 등 원유수요 자체가 감소함에 따라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탓이었다. 급기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던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37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출렁대자 유가 선물을 추종하는 ETF 상품 역시 안정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당시 삼성자산 측의 판단이다. 삼성자산 측은 6월물만 담고 있던 해당 ETF 구성 종목을 변경하기로 했는데 이것이 발단이 됐다.

삼성자산은 투자원금 전액 손실이 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구성종목 중 근월물(6월물) 비중을 줄이고 원월물(7·8·9월물) 비중을 늘리는 롤오버를 단행했다. 실제 이날 삼성자산의 원유선물 ETF는 14%하락했는데, 당시 20% 넘게 폭락했던 다른 원유 종목들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었다.

문제는 예상과 달리 6월물 가격이 20%가까이 올랐다는 점이다. 삼성자산이 6월물 비중을 줄이고 원월물 비중을 늘린 탓에 WTI급등분이 오롯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삼성자산은 투자자들의 전액 손실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유동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근월물로만 종목을 구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순자산가치의 격차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해명과 달리 삼성자산의 대처에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최근 유가 하락은 원유수요 감소에 따른 것으로, 근월물이 저렴하고 원월물이 비싼 ‘슈퍼콘탱고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롤오버를 단행할 경우 추가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기초자산으로 원유 선물을 추종하는 상품은 매월 만기에 대비해야 한다. 선물거래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근월물을 차기 월물로 교체(롤오버)해야 하는데 만기일 전까지 근월물 청산을 못하면 실제 WTI원유를 받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슈퍼콘탱고로 인해 롤오버시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가령 배럴당 20달러의 6월물 원유를 1만 배럴 샀다면 총 투자비용은 20만 달러다. 그러나 슈퍼콘탱고가 나타나면 익월물 가격이 더 높다. 7월물 원유가 30달러라면 근월물(6월물)을 청산한 20만 달러로 살 수 있는 7월물은 6천666배럴에 그치는 셈이다.

특히 롤오버는 전액 투자자 부담이다. 비용이 ETF순자산가치에서 차감되고, 기초지수 등락률 및 수익률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어 유가가 올라도 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원유선물 추종 ETP(상장지수상품·ETN+ETF)의 수익성과는 별개로 유가 자체는 결국 오를 것이라는 점은 증권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즉 원월물에 대한 수요의 증가로 슈퍼콘탱고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고, 롤오버 비용 또한 한동안 계속될 수 있다. 삼성자산의 구성종목 변경 결정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소송 제기와 관련해 삼성자산은 실제 6월물 종가가 마이너스가 됐다면 ETF거래중단 및 상장폐지로 이어져 회복이 불가능했다며 관리자로서 적절한 안정조치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더퍼블릭 / 김수영 기자 newspublic@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수영 newspublic@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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