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라이벌 ‘아모레퍼시픽’vs‘LG생활건강’…엇갈린 성적표와 행보

화장품업계 라이벌 ‘아모레퍼시픽’vs‘LG생활건강’…엇갈린 성적표와 행보

  • 기자명 김다정
  • 입력 2020.05.1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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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아모레퍼시픽…경영승계에만 몰두하는 오너일가

전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뷰티업계만 피해갈리 만무했다.  

국내 화장품업계 1위를 달리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역시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광범위하게 진출한 중국 오프라인 매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최근 몇 년 사이 계속해서 실적이 좋지 않았다. 3년 연속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영업이익은 전성기였던 2016년 8481억원 대비 반토막났고, 이니스프리와 아모스프로페셔널 등 주요 계열사들이 전부 역신장 흐름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아모레퍼시픽 오너일가는 경영권 승계에만 몰두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은 지난해 두 주머니 두둑하게 연봉을 챙기는가 하면 그도 모자라 상여금까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수령했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몇 년째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아모레퍼시픽그룹 매출액은 5조5801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1.2%, 37.2% 감소한 4278억원, 210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최고점을 찍었던 2016년 8481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으로, 3년 연속 부진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과 멀티브랜드숍 등 국내 채널 성장으로 매출은 증가했으나, 해외 투자 확대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설화수·해라·아이오페 등 40여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이니스프리(-22%), 아모스프로페셔널(-2%) 등 주요 계열사들도 영업이익이 역신장했다. 

지난 2월 실적 공시 당시 아모레퍼시픽 측은 어려운 영업 환경 속에서도 미래 성장 기반을 쌓기 위해 해외 시장에 투자를 지속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올해 실적개선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의 채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가 변수로 떠오르면서 오히려 ‘직격탄’을 맞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1분기 1조279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1%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무려 ‘66.8%’ 감소한 679억원이다. 순이익은 41.9% 준 948억원이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 67% 감소한 1조1309억 원, 609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로드숍 브랜드의 경우 이니스프리의 매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니스프리 1분기 매출은 31% 감소한 1074억원, 영업이익은 76% 감소한 51억원이다.  

그럼에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국내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0% 신장하는 등 코로나19 영향 속에서도 디지털 채널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점은 주목할만하다”며 낙관하고 있다. 


라이벌 LG생활건강은 역대 최대 1분기 매출 기록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안정세에 접어든 국내와 달리 세계적인 확산세는 계속되고 있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기대만큼 실적 개선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은 코로나 시국 속에서도 선방하면서 역대 최대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마냥 낙관하고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 

LG생활건강은 2020년 1분기 매출 1조 8964억원, 영업이익 3337억원, 당기순이익 2342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1.2%, 3.6%, 3.7% 성장한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05년 3분기 이후 58분기 연속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60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력 사업인 뷰티 부문을 살펴보면 LG생활건강은 매출 1조665억 원(-6.4%) 영업이익 2215억 원(-10.0%)이다. 코로나19로 화장품 사업이 침체한 것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 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LG생활건강이 실적 방어에 성공할 수 있던 이유는 ‘초고가 라인’ 전략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숨’, ‘후’, ‘오휘’ 등 럭셔리 브랜드들에 대한 견고한 수요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의 충격을 최소화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후를 비롯한 숨, 오휘 등 초고가 화장품 라인을 다년간 탄탄히 다져온 것이 코로나19 여파 최소화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또 화장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사업에서도 프리미엄 라인에서도 기여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초고가 라인업이 부족해서 전반적인 화장품 매출 타격이 컸다. 또 상대적으로 많은 브랜드를 운영하기 때문에 광고 및 오프라인 매장 운영비 등 영업이익 대비 판관비가 많이 드는 점도 영업이익 타격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주 사이에서도 엇갈린 ‘평가’

올해 1분기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든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은 이번 코로나19 악재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3월 9일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 등 파트너사에 약 80억 원을 직접 지원하고, 생산 협력사에 2000억원의 대금 결제를 돕는 등 지원책을 발표해 집행했다. 

해당 지원책은 아리따움과 이니스프리‧에뛰드 등 가맹점과 상생하기 위해 32억원 규모로 제품을 ‘특별 환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LG생활건강을 비롯해 네이처리퍼블릭·클럽클리오 등 중소경쟁사와 비교해도 적은 지원규모로 ‘생색내기 지원’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시행하는 특별 환입은 가맹점이 이전에 본사로부터 구입한 재고를 재고를 본사가 되사는 것이다. 현재 총 20억원 규모, 매장당 평균 200만원 상당이 재고를 되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은 지난달 17일자로 ‘아모레퍼시픽, 로드샵 생색내지 지원 논란’에 대해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매장당 평균 200만원 상당의 재고를 되사들인 특별 환입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 중 4분의 3에 해당하는 금액(약 150만원)은 ‘재판매 가능한 제품만 환입하겠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환입 가능한 품목도 약 200개 리스트를 지정해 가맹점에 배포했다. 4분의 1만 가맹점주가 원하는 제품으로 반품이 가능했다. 

이를 두고 가맹점주 사이에서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지원’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는 내용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코로나로 현금흐름이 악화된 가맹점주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특별환입을 결정했다”며 “환입 품목에 대해서는 가맹점주협의회와 많은 논의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특히 다른 로드숍 본사는 아모레퍼시픽과 달리 임대료 지원 등 가맹점에 직접 현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지원 수준이 더 미약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로 네이처리퍼블릭은 최근 140여개 가맹점에 3~4월 두 달 임대료 절반 가량을 현금 지원하기로 했고, 클럽클리오도 86개 가맹점에 임대료 절반 수준의 현금과 매장에서 판매 가능한 제품을 함께 지원했다.  

더욱이 경쟁사인 LG생활건강도 더페이스샵 가맹점에 3월 한 달 임대료의 절반을 현금 지원하면서 더욱 비교되는 모양새다 .

‘연봉킹’ 서 회장, 상여금 ‘두둑’

불만이 쏟아져 나오긴 하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코로나19 극복과 피해 복구를 위해 전사적인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맹점과의 상생 노력, 피해지역 지원, 온라인 사회공헌 강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은 “코로나19는 전세계 모두가 힘을 모아 함께 극복해야 하는 중대한 국면을 맞았다”며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룹 구성원을 비롯해 여러 피해자와 가족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다짐이 무색하게 서 회장은 2017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이번 코로나19까지 회사가 계속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화장품업계 ‘연봉킹’ 자리를 공고히 하면서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1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 회장은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으로부터 급여 19억9600만원, 상여금 9억6300만원, 법인차량 사용 8800만원 등 모두 30억4700만원을 보수로 수령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약 26% 증가한 금액이다. 

여기에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수령한 총 급여 6억5300만원까지 합하면 서 회장의 총 37억원에 달한다. 전년도 서 회장의 연봉 30억500만원과 비교하면 약 23% 늘어난 수준이다.  

부진한 실적에서도 서 회장의 급여가 상승한 이유는 ‘상여’ 때문이다.  

지난해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에만 상여금 9억6300만원을 챙겼다. 2018년 상여금 5억 2700만원 수령한 것과 비교하면 약 2배 가까이 뛴 셈이다. 

아모레퍼시픽 임원 상여는 단기인센티브와 장기인센티브로 구성된다. 단기인센티브는 연 1회 매출액과 영업이익 목표달성률 등 회사지표 달성수준에 따라 산정된 지급률에 따라 제공되고, 장기인센티브는 전무 직급 이상을 대상으로 3년 주기로 지급되는 인센티브다. 

2017년엔 장기인센티브로 약 56억원을 수령한 서 회장은 2018년엔 총연봉대비 29.1%의 단기 인세티브를, 지난해에는 48.4%를 받았다.  

이와 달리 아모레퍼시픽 지원들은 부진이 지속되면서 성과급이 크게 하락하고 직원수도 줄었다.  

팀마다 적용되는 상여급 기준이 다른 것을 반영하면 실질적으로 상여금을 미수령한 부서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7100만원 수준이다.

직원수 역시 100여명 감소했다. 오셜록이 지난해 10월부터 별도 자회사로 독립 경영 활동을 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원·R&D·SCM 부문에서 50여명의 직원들이 감소했다. 

반면 라이벌인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직원 연봉이 크게 올랐다.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직원에게 지급한 1인당 평균 급여는 7100만원으로 전년(6300만원)보다 800만원 늘었다. 같은 기간 총 직원수도 4512명에서 4567명으로 약 50명 늘었다. 


실적 악화 속에서 가속도 붙은 ‘오너3세 경영권 승계’

국내 화장품업게 1위를 달리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지만 일련의 사건들로 미뤄봤을 때 서경배 회장의 행보는 시장의 선도자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연봉킹’으로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경영권 승계에만 열을 올리는 모양새로 비춰진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 회장의 딸 서민정 씨를 주축으로 한 ‘오너 3세’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 씨는 지난 2017년 중국 유학길에 오른 이후 지난해 10월 아모레퍼시픽 뷰티영업전략팀으로 복귀했다. 서 씨의 복귀와 함께 서경배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2000억원 규모의 상황전환우선주 발행에 나서며 아모레퍼시픽 지분 확보에 선 바 있다.  

‘실적 악화’라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승계 소식이 퍼지면서 한차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그룹 측은 유상증자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늘려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재계에서는 서민정 씨에게 차후 경영권 무게를 실어주기 위함이라고 봤다.  

거듭해서 실적이 좋지 못한 상황 속에서 경영권 승계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지만 서 회장의 ‘나 몰라라’ 행보도 계속되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0억원에 이르는 중간 배당을 실시했다. 이는 모두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서 회장, 그리고 딸 서민정 씨에게 유입됐다.  

최근 이니스프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1002억원에 중간 배당을 실시했다. 총 결산 배당 78억원을 더하면 총 배당금은 1080억원에 달한다. 

이니스프리의 지난해 매출은 5518억원, 영업이익은 626억원으로 전년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당기순이익도 489억원으로, 당해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배당금 유출이 더 큰 상황이다. 

이니스프리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이 81.8%(20만주), 서민정 씨가 18.2%(4만445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이번 중간배당액은 아모레퍼시픽그룹에 820억원, 서 씨에 182억원 지급됐다. 결산 배당까지 고려하면 2019 회계연도에만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서 씨가 각각 902억원, 196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유례없는 대규모 배당은 지난해 유례없는 대규모 중간배당의 의미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그룹의 자금 확보와 서민정 과장의 승계 재원 확보다. 

우선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번에 수취한 배당금을 활용해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주식 취득 대금과 신설 법인 오설록의 차(茶) 사업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서 씨에게 유입된 배당은 이미 오너 3세 경영 및 지분 승계 플랜이 가동된 상태에서 향후 증여세 재원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중간 배당에 대해 회사는 미처분이익잉여금 누적에 따른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에저 자금수요가 발생하면서 누적잉여여금이 많은 이니스프리가 성장을 위해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니스프리는 로스숍 업황 호황기 시절 누적된 미처분이익잉여금이 2018년 33399억원에 달했다. 작년에는 1000억원 중간배당이 감해져 연말 기준 미처분이익잉여금이 2719억원으로 처음 줄었다. 

그러나 로드숍이 이전과 달리 불황기에 접어들었고 실적이 하락하는 가운데 미처분이익잉여금의 상당 부분을 배당에 투입한 점에 대해서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92ddang@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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