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정몽진 회장, 호기롭게 ‘모멘티브’ 인수했지만 오히려 ‘악수’…실적악화에 신용등급까지 ‘뚝’

KCC 정몽진 회장, 호기롭게 ‘모멘티브’ 인수했지만 오히려 ‘악수’…실적악화에 신용등급까지 ‘뚝’

  • 기자명 선다혜
  • 입력 2020.04.1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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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국내 건축자재 기업인 KCC가 3년째 계속되는 실적악화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더해지면서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KCC는 지난해 연말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서 적자인 상황에서도 미국 실리콘 기업인 모멘티브까지 인수했는데, 이러한 결단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꼴이 됐다.

최근 증권가에서 내놓은 KCC 1분기 실적은 매출액 1조 354억원 영업이익 433억원, 당기순이익 -3747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적자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 4분기는 매출액 2498억원 영업이익 74억원 당기순이익-340억원이었다.

더욱이 산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 감염증의 여파가 1분기보다 2분기에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KCC의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본지>는 최근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KCC에 대해서 짚어보기로 했다. 
 

실적부진의 늪


국내 종합 소재 및 건자재업체로 잘 알려진 KCC가 좀처럼 실적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2조 7195억원, 영업이익 133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년도 대비 각각 11%, 33%가 감소한 것이다. 심지어 당기순이익의 경우는 -2219억원을 기록하면서 직적년도(-231억원) 대비 적자폭이 전년 대비 더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영업실적이 큰 폭이 하락한 이유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영향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건자재업은 그 특성상 아파트 공사가 마무리될 때 사용되기 때문에 입주 시기 또는 이사시기에 맞춰서 수요가 증가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서 재개발‧재건축은 물론 대출까지 막혀버리면서 주택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어버렸다.

이로인해 인테리어나 가구 수요가 대폭 줄어들었으며, 동종업계 타 기업 대비 내수 매출액이 높은 KCC는 여파를 고스란히 맞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역시도 KCC가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KCC는 지난해 미국 실리콘 제조업체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이하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재무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실제로 KCC가 모멘티브를 인수하고 난 뒤 신용등급은 하향 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돌파구였던 모멘티브가 악수?

일각에서는 KCC가 모멘티브를 인수한 것이 악수였다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인수 당시 KCC는 모멘티브를 SJL펀드, 원익큐엔씨와 함께 총 3조 6000억원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KCC가 부담한 순차입금은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2년 연속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KCC의 입장에서 모멘티브 인수는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더욱이 인수 규모면만 보자면 역대 국내 기업이 해외 인수합병(M&A) 거래 중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80억 달러), 두산인프라코어 밥캣 인수(49억달러)에 이어서 세 번째다.


이처럼 위험을 감수해가면서 모멘티브를 인수한 이유는 새로운 시장 개척과 먹거리 발굴 때문이었다. 실리콘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는 만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서 손색이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KCC의 발목을 잡았다. 실리콘 원자재인 석영의 글로벌 가격 변동성이 커진데다가,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서 모멘티브의 실적에 먹구름이 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더해지면서, KCC는 올해 모멘티브 인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지난 2018년 기준 3조 2000억원이었던 모멘티브 매출규모가 올해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SK증권 손지우 연구원은 “KCC 실적과 관련해 올해 가장 크게 기대를 받은 요인은 모멘티브 편입효과”라며 “다만 모멘티브 실적은 코로나19와 연관이 커서 KCC가 모멘티브 편입효과를 보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건자재는 예정됐던 신규건축 물량의 부진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도료는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이 코로나19로 위축된 상황이라 지난해 미국과 중국 문역분쟁에 이어 올해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용등급에 '비상등' 켜졌다

한국기업평가사(이하 한기평)는 지난해 9월 KCC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기평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서 “전방산업 부진으로 수익창출력이 저하 추세이고 수익성 회복이 지연될 전망”이라며 “모멘티브 인수 및 연결 편입으로 재무부담이 확대될 전망인 점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현재 모멘티브도 분기마다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CC가 모멘티브 인수를 위해서 6358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순차입금(차입금-현금성자산) 규모는 1조4643억원에 달한다. 2018년말 순차입금은 7371억원이었다.

한기평 뿐만 아니라 국제 신평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지난 17일 KCC의 신용평그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조정했다. BB+ 등급 이하는 투기 등급으로 분류된다.

이에 대해서 S&P는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최근 모멘티브를 인수한 KCC의 올해 영업실적이 기존 신용등급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S&P는 KCC의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전 이익)이 2018년 11% 감소한 데 이어 2019년도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CC의 재무부담도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016년 현금성자산은 5880억원에서 지난해 9월말 기준 절반 수준인 2835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단기유동성에 취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서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계속해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대출 규제 자체를 막으면서 약 2년째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상태다. 그리고 KCC는 이 여파를 고스란히 다 맞고 있다”며 “더욱이 매출액의 대부분이 내수를 의존하는 KCC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글로벌 기업인 모멘티브를 인수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모멘티브 인수가 KCC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퍼블릭 / 선다혜 기자 a40662@thepublic.kr

<사진제공 KCC홈페이지 캡처>

더퍼블릭 / 선다혜 a4066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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