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비서 성폭행 혐의 1심 무죄…미투 운동 부정적 영향 끼칠까 우려하는 野

안희정, 비서 성폭행 혐의 1심 무죄…미투 운동 부정적 영향 끼칠까 우려하는 野

  • 기자명 심정우
  • 입력 2018.08.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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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심정우 기자]수행비서를 성폭행 한 혐의로 고소당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4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차기 대권주자로 거명되는 유력 정치인이고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의 임명권을 가지고 있어 위력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면서도 “다만, 증거 조사 결과에 따를 때 피고인이 도청 내에서 피해자에게 위력을 일반적으로 항시 행사하고 남용하는 등 이른바 위력의 존재감 자체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어 “간음, 추행 상황에서도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피해자가 제압당했다고 볼 상황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호텔 성폭행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김지은 씨는 ‘씻고 오라’는 의미를 넉넉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며 “피해자의 진술에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나 의문점이 많고,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얼어붙은 해리 상태에 빠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1심 재판 선고는 지난 3월 5일 수행비서이자 정무비서였던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를 상대로 미투 선언을 한 이후 약 5개월 만에 이뤄졌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지난 2월 25일까지 김지은 씨를 4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7~8월 다섯 차례에 걸쳐 기습적으로 강제추행하고, 지난해 11월에는 관용차 안에서 도지사로서의 지위를 내세워 강압적으로 김씨를 추행한 혐의 등도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7일 결심공판에서 “도지사와 수행비서라는 극도의 비대칭적 관계를 이용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굴복시켜 간음한 중대범죄”라며 안 전 지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을 받아들이지 않고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선고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 10분께 서부지법 입구에 변호인과 함께 담담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선고 결과에 대한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 전 지사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부끄럽고 많은 실망을 드렸다.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지은 씨에게 할 말은 없느냐’라는 질문에는 침묵하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자유한국당 “면죄부 준 사법부 판결에 심각한 유감”


안 전 지사의 무죄 판결에 대해 야당은 유감을 표명하는 등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먼저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사법부가 안희정 전 지사 1심 판결에 무죄를 선고하며 사실상 미투운동에 사형선고를 내렸다”면서 “이것이 사법부를 장악한 문재인 정부의 미투운동에 대한 대답이자 결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미투운동의 열기가 채 사그라지기도 전에 미투의 가해자로 지목 당했던 고은 시인의 10억대 손배소를 시작으로 줄줄이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판결은 이어지는 모든 미투 관련 재판의 시금석이 될 것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국민들 특히 여전히 숨죽이고 있는 피해여성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는 피해자의 진술이나 증언만으로는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 처벌 체계 하에서 성폭력 범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는 사실상 어떠한 미투도 법적인 힘을 가질 수 없다고 사법부가 선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수많은 여성들이 무죄 판결을 두고 ‘성범죄 피해를 고발해도 여성들만 다치는 현실을 알려준 것’, ‘여성을 위한 법은 없다’고 외치며 절망하고 있다”며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한 성범죄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던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감정과 완전히 괴리된 판결”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그러면서 “국민여러분에게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안희정 전 지사는 본인 때문에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받았다는 여성에게는 뻔뻔하게도 사과 한마디 남기지 않았다”며 “안희정 전 지사의 무죄판결을 보며 대한민국 곳곳에서 안도하고 있을 수많은 괴물들에게 면죄부를 준 사법부의 판결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 “도덕적 책임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위력을 인정하면서도 위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대단히 인색한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법적으로 무죄가 됐다고 정치 도덕적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정치 도덕적 책임은 심대하다”며 “안 전 지사에 대한 판결이 '미투 운동'에 좌절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평화당 “미투 운동에 부정적 영향 끼칠까 우려”


민주평화당 김형구 부대변인은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법원이 심사숙고해 결정을 내렸겠지만, 이번 사건이 일으킨 사회적 파장에 비해 의외의 결과이다.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로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미투운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 때 안 전 지사가 몸담고 있던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더퍼블릭 / 심정우 servant@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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