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상임위 싹쓸이 한 한국당…토라진 평화당, 개혁입법연대 무산?

알짜 상임위 싹쓸이 한 한국당…토라진 평화당, 개혁입법연대 무산?

  • 기자명 심정우
  • 입력 2018.07.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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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심정우 기자]민주평화당이 6·13 지방선거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여당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개혁입법연대’를 매개로 러브콜을 보냈으나 정작 민주당은 평화당의 바람과는 반대로 그간 티격태격하던 애증의 자유한국당의 입지를 넓혀주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한국당이 알짜 상임위를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지난 10일에야 타결됐다. 이는 지방선거 이후 의석수 변동이 생기면서 정치지형 변화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는 공동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제4교섭단체의 지위를 획득한 ‘평화와정의의모임(이하 평정모)’이 있다.


지방선거 이전부터 민주당에게 범진보 연대필요성을 제시하며 군불을 떼던 민주평화당이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130석을 획득하자 정의당과 함께 ‘개혁입법연대’를 맺자고 민주당에게 제안한 것이다.


개혁입법연대의 주요 골자는 민주당이 평정모와 손잡는 것만으로도 150석으로 국회 과반을 넘기고, 범진보진영을 끌어당기면 156석까지 확보할 수 있음으로 정부여당이 원하는 모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연대체가 탄생한다는 주장이다.


평정모는 이를 위해 통상 제1야당의 몫으로 돌아가는 법제사법위원장을 자유한국당에게 줘서는 안 되며 평정모에게 법사위원장을 준다면 민주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프레임을 제시했다.


다만, 이는 국회 관례와 어긋나는 일이었기 때문에 평화당은 이를 무마하기 위한 명분으로 “국회 관례는 관례일 뿐”이라며 관례 대신 국회법 본연의 규칙을 따를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이를 협상카드로 내세워, 법사위원장을 한국당에게 넘기지 않는 것은 물론, 관례상 자신들에게 원구성 협상에서 돌아오는 상임위원장 1석 대신 ‘국회부의장1석+상임위원장1석’ 또는 ‘상임위원장2석’을 줄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보수진영과 협상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 만들어주는 대신 자신들의 기반을 넓혀달라는 제안이었던 셈이었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에서는 연일 “관례를 따르라”며 평정모를 질타했다.


한국당, 노른자 상임위 차지…박지원 “다 죽어가던 한국당에 큰 승리 안겨줘”


이같은 혼란 속에 원구성 협상은 난항을 빚었다. 지난달 27일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첫 원구성 협상을 가진 이래 실무진인 원내수석부대표간 협상을 수시로 가졌으나 국회부의장직과 법사위원장 등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서로 좁혀지지 않는 이견차만 확인하다 번번이 회동이 무산되기 일쑤였다.


특히 법사위를 두고선 민주당도 평정모도 모두 한국당을 집중 타깃으로 잡았기 때문에 상임위원장 배분에서 한국당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모양새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일부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 10일 여야가 합의를 도출하고 나자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은 한국당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특히 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12일 의총에서 “우리 당에서 그렇게 (개혁입법연대를)강조 했지만 민주당은 결국 이번 원구성에서 다 죽어가던 한국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었고, 김성태 원내대표가 축하받을 일을 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한국당은 입법통로의 한 축인 법사위원장을 가져옴은 물론 운영위, 법사위와 더불어 가장 핵심 상임위로 꼽히는 예산결산위원장을 가져왔다.


당초 예결위원장을 보유한 정당은 정부예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협상력을 갖는 만큼 민주당이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상임위다.


또한 외교통일위원장도 한국당의 몫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성공으로 꼽히는 대북정책 추진과 관련해 외통위를 한국당이 갖고 온다는 것은 한국당의 견제력 상승을 의미한다.


아울러 SOC(사회간접자본)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노른자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장도 한국당이 얻었으며, 산업구조 개편과 관련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등 국회관례에 맞춰 민주당(8석)에 다음가는 7석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최근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경제정당’을 기치로 내 건 바른미래당이 경제관련 상임위원장 없이 교육위원장과 정보위원장, 국회부의장 1석을 배분받았다.


평정모는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하는 정치개혁특위(비상설)를 가져가긴 했으나 당초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1석만을 가져갔다.


이에 비하면 한국당은 상당한 수확을 거둔 셈이다.


민주당도 전체적으로 보면 8석으로 가장 많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갔고 여당의 상징인 국회운영위원장을 비롯해 보수진영의 공세를 받기 쉬운 안보분야와 관련한 국방위원장, 기업 개혁 등을 단행할 수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 등과 관련한 정무위원장, 기획재정과 한국은행 등과 관련한 기획재정위원장, 여성표심에 유리한 여성가족위원장, 북한과의 문화교류 사업 추진과 관련한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등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정책과 관련한 상임위원장 자리를 다수 획득했다.


다만,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것에 비하면 한국당에게 상당부분 협상력을 인정해준 모양새가 됐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개혁과 정체성에 가장 역점이 되는 업무는 대북 관계, 4대강, 부동산 문제, 복지 문제, 노동 문제”라며 “그런데도 이러한 업무와 직결이 되는 외통위원장, 환노위원장, 국토위원장, 복지위원장, 여기에 예결위원장과 정보위원장을 내어 주고 특히 산업을 일으키고 산업 구조를 개편해야 할 산자위원장을 내어 주고 어떻게 개혁하고 경제를 살리자는 것인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평정모 견제하는 민주당?…득보다는 실, 중도 이탈 우려


이 때문에 당초 평화당과 정의당 등 범진보 진영에서 군불을 땠던 개혁입법연대는 무산된 것으로 관측된다.


평화당 천정배 의원은 원구성 합의문이 나온 이틀 뒤인 12일 입장자료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개혁입법에 관한 한, 자유한국당과도 일종의 대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걱정했던 대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수뇌부는 기존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촛불혁명의 입법적 완성을 위해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무릅쓸 정도의 의지와 배짱이 없었던 것이다. 매우 안타깝다”고 비난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협상과정에서 한국당의 입지를 안배한 것은 평정모 등에 대한 견제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평정모는 ‘개혁입법연대’를 만들면 정부여당의 정책추진에 도움이 되므로 진보진영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이 경우 민주당이 정책추진에 탄력을 받는 이득 이상으로 발생하는 손실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입법을 위해선 평정모의 요구조건에 지속적으로 응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 없이 특정 정당의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들에 대해서 여당이 일방적으로 옹호하기만 하면 반대여론이 일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정의당의 경우 진보진영 중에서도 가장 좌클릭을 하는 정당이므로 이들의 요구를 조건 없이 수용할 경우 중도지지층의 이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한국 정치 특성상 선거철이 되면 보수 대 진보구도로 판이 짜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자칫 보수진영과의 진영경쟁에서 밀리는 상황까지도 연출될 수 있다.


동시에 진보지지층은 좀더 진보성향이 강한 정의당쪽으로 흘러나갈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여당으로서 경제상황에 따라 노동·임금 문제와 관련해 일방적으로 노동계 등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반면, 국정운영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정의당은 민주당 보다 강경한 진보성향 정책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퍼블릭 / 심정우 servant@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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