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오래 있었다" 탁현민, 선임행정관 사의 표명

"예정보다 오래 있었다" 탁현민, 선임행정관 사의 표명

  • 기자명 조성준
  • 입력 2018.07.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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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보다 오래 있었다" 탁현민, 선임행정관 사의 표명


탁현민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청와대를 떠난다고 지난 30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며 사퇴 암시글을 올린 뒤 하루만이다.


탁현민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청와대를 떠난다고 지난 30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며 사퇴 암시 글을 올린 뒤 하루만이다.
갖은 구설수와 법적 소송을 겪는 탁 행정관이 거취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탁 행정관이 사표를 낸 적이 없다"고 부인했었다.
탁 행정관은 이날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청와대 관계자가 제가 사표를 쓰지 않았다는 말을 했던 것은, 아마 저의 사직의사가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다"고 사의표명을 공식화했다.
그는 "사직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지난(4월) 평양공연 이후였다. 애초에 6개월만 약속하고 (청와대에)들어왔던 터라 예정보다 더 오래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지난해 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5·18부터 평양공연까지로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탁 행정관은 "하지만 (임종석)비서실장이 사표를 반려하고 남북 정상회담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따르기로 했고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며 "그 사이도 여러 차례 사직의사를 밝혔지만 저에 대한 인간적 정리에 쉽게 결정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굳이 공개적으로 사직의사를 밝힌 이유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선거법위반 재판의 1심 결과도 사직을 결심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100만원 이하의 벌금은 직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되겠지만, 제게는 오히려 떠밀려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고 말했다.
탁 행정관은 지난해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의 육성이 담긴 로고송 음원을 틀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1년여 만인 지난 18일 1심에서 벌금 70만원의 유죄를 선고 받았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위를 잃게 되지만, 70만원 벌금형으로 탁 행정관은 사직은 면하게 됐다.
탁 행정관은 메시지 말미에 "지난 1년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며 수많은 행사를 치러낸 의전비서관실의 동료들도 이제는 굳이 제가 없어도 충분히 대통령 행사의 기획과 연출을 잘 해내리라는 믿음도 있고 무엇보다 새 의전비서관으로 임명된 김종천 비서관이 있어 더욱 그러한 믿음이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탁 행정관이 최근 청와대 조직개편에서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하지 못해 불만을 품었다는 일부 보도를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탁 행정관은 해당 보도에 "신박한 해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신박'은 인터넷 게임 은어에서 확산된 신조어로 창의적이고 신기한 행동을 가리킬 때 쓰인다.
탁 행정관은 "저와 김종천 비서관의 인간적 관계에 대해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는 제가 청와대 안에서 유일하게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이며 가장 적임자"라고 김 비서관과의 갈등설을 정면 부인했다.
이어 "정말 조용히 떠나고 싶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인해 지난 1년 내내 화제가 되었고 나가는 순간까지도 이렇게 시끄럽다"면서 "여러 소회는 언젠가 밝힐만한 시간이 오리라 생각한다. 굳이 이말 저말 안하고 좀 조용히 지내려 한다. 허리 디스크와 이명, 갑상선 치료가 먼저다. 지나치게 많은 관심에 감사했다"고 끝맺었다.
탁 행정관은 이날 사의 표명을 한 직후 SNS 계정도 닫았다. 그는 마지막 게시글에서 "페이스북도 오늘로 끝낸다. 내가 가장 힘들 때 위로가 되어준 분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며 "끝이라도 조용히 맺었어야 하는데 그게 또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공역기획 전문가인 탁 행정관은 노무현 대통령 추모 콘서트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며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정권이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서 근무하며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 지난 4월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과 남북 정상회담 환영공연 기획에 참여했다.
탁 행정관은 과거 행적으로 정권 출범 초창기부터 각종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5월에는 2007년 저서 '남자마음설명서' 속 일부 표현이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이자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SNS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야권에서는 끊임없이 탁 행정관의 사퇴를 촉구해왔지만 청와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탁 행정관이 과거를 충분히 반성하고 있으며 대체할만한 인물이 마땅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여야가 대립하는 국면에서 탁 행정관을 사임시킬 경우 정국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퍼블릭 / 조성준 jsj@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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